[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금융권에서 한바탕 인수·합병(M&A)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신한지주(055550)(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 후 우리은행이 국내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M&A 전쟁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은행 계열사 중심의 이자수익의 사업구조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금융지주 간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 M&A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지난 24일
롯데지주(004990)와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3811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후속 작업을 준비 중이다.
롯데카드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우리은행-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이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및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신고 등을 거치면 롯데카드 인수를 마무리하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늦어도 오는 10월 중에는 롯데카드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신한지주는 지난 1월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한 오렌지라이프와 기존 보험 계열사인 신한생명의 통합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은 지난 3월 공동경영위원회를 통해 각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상품부터 개편해 중복되는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대형 금융지주들은 최근 잇따라 금융사 M&A에 나서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실제
KB금융(105560)지주는 과거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을 인수했으며 신한지주는 ING생명을 인수하며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올해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한
우리금융지주(316140)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M&A에 나설 예정이며
하나금융지주(086790) 역시 롯데카드 인수 도전장을 던지기도 했다.
국내 대형 금융지주들이 금융사 M&A에 나서며 몸집을 키우는 것은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이들 금융지주 사업 포트폴리오는 핵심 계열사인 은행을 중심으로 이자수익에 치중돼 있었다. 그동안 높은 대출 수요를 바탕으로 은행이 금융지주의 성장을 이끌어왔으나 가계부채 문제가 지속되고 이에 따른 대출 부실 우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성장세를 지속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은행 계열사의 이자수익을 중심으로 한 수익구조가 수년 내에 한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KB·신한·하나 등 주요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중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40%대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에서도 금융권의 수익구조에 대해 경고하면서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대내외 환경이 조성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혁신 추진방향과 관련해 담보대출 위주의 전당포식 영업을 '금융 적폐' 중 하나로 지적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마다 자체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 등을 추진해왔지만 은행에 치우친 수익 구조를 바꾸기 쉽지 않았다"며 "자체적으로 비은행 역량을 높이기에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지만 M&A의 경우 비교적 단기간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지주가 이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금융사들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만큼 금융지주 간 눈치작전과 M&A 성공 여부에 따른 순위 경쟁 역시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매각된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뿐만 아니라 다수의 보험사와 증권사가 매각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신한지주와 KB금융이 비은행 계열사 중 취약한 부분에 대한 M&A에 적극 나섰고 추가 인수도 노리고 있다"며 "올해 금융지주 체제로 부활한 우리금융 역시 적극적인 M&A를 예고한 만큼 금융지주 간 경쟁 역시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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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