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통화하고 우리 국민 수색·구조에 적극 협조를 요청했다. 오르반 총리는 "온 마음을 다해 성심껏 돕겠다"고 화답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47분부터 약 15분 동안 오르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국민 탑승 유람선 침몰 사고와 관련 헝가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오늘 급하게 전화 드렸는데 응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헝가리 정부의 적극적인 구조 활동 지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 정부는 한국 대표단과 협조할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배 위치를 찾아 인양할 예정이며, 잠수부·의료진 200명이 현장에 나가 적극적인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군, 해경, 소방청 등 해난사고 대응에 경험이 풍부한 최정예 요원들로 구성된 긴급구조대를 파견했다"면서 헝가리 구조팀과 공조 하에 구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실종자 구조는 물론 구조자 치료, 사망자 수습 및 유해 송환 등 후속 조치들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바란다"고 말했고, 오르반 총리는 "모든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물리적인 구조뿐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해 성심껏 돕겠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유람선 사고 관련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한편 외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현지시간 29일 밤 9시5분(한국시간 30일 오전 4시5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야경 투어를 마치고 귀환하던 유람선 '하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의 후미를 스위스 선적 '바이킹 리버 크루즈'가 들이받아 유람선이 전복됐다.
유람선에는 한국인 33명과 헝가리인 승무원 2명 등 총 35명이 탑승했다. 한국인은 '참좋은여행' 패키지 투어 여행객 30명과 인솔자 1명, 현지 가이드 2명이다. 연령대는 대부분 40~50대로, 탑승객 중 최고령은 72세 남성, 최연소는 6살 여자아이다.
이중 7명의 생존자는 △정영아(31·여)씨 △황성자(49·여)씨 △이옥희(66·여)씨 △안희철(60·남)씨 △이윤숙(64·여)씨 △윤나라(32·여)씨 △김용미(55·여)씨 등으로 현지 3개 병원에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 7명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실종자 19명에 대한 수색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지 기상상황이 좋지 않아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사고 직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헝가리 정부와 협력해 구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중심으로 중앙재난대책본부 즉시 구성 △현지 신속 대응팀 급파 △국내의 피해자 가족들과의 연락 및 상황 공유 등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면서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긴급대책회의도 주재했다. 회의 결과 외교부는 소방청 구조대 2개팀 12명을 포함한 18명을 1차 신속대응팀으로 현지에 급파했다. 후속대로는 세월호 구조 유경험자 등으로 구성된 해군 해난구조대 1개팀(7명)과 해경 구조팀(6명), 국가위기관리센터 2명 등을 파견한다. 사망자의 신속한 국내 운구, 부상자와 그 가족의 귀국 등 필요한 조치도 세심히 준비하기로 했다. 강경화 장관이 현지로 출국해 상황 수습을 진두지휘 한다.
이번 사고는 한국인 단체여행객의 다뉴브강 야경 투어 과정에서 발생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비가 오기는 했지만 모든 유람선이 정상 운행하고 있었다"면서 "(패키지) 옵션에 기본적으로 포함된 일정이고, 전 고객이 참여를 희망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다뉴브강은 한 달 동안 비가 많이 와 강물이 많이 불었고 유속이 빠르며, 수온 역시 15도 이하로 아주 낮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피해자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아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강형식 외교부 해외안전관리기획관은 "현지 공관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구명조끼) 착용은 안 했다"면서 "관행이 이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고 원인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는지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현지시간 29일 오후 한국인 관광객 등이 탑승한 유람선 '하블레아니'호가 침몰한 가운데 구조 보트가 사고현장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