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검찰, '용산참사' 유족·철거민에 사과하라"

"검찰 초기 의지 부족"…"철거민·경찰 수사, 균형 있게 안 해"

입력 : 2019-05-31 오후 5:3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난 2009년 용산 참사 사건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검찰의 철거민과 경찰관에 대한 초기 수사가 균형 있게 이뤄지지 못했다며 검찰에 철거민과 사망자 유족들에 대한 사과를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31일 용산 지역 철거 사건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며 "경찰의 농성 진압 작전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진압해야 했나'라는 의문을 가지게 할 정도로 무모한 것이었다. 용산 지역 철거 사건 관련 사망자의 유족들은 당시 사전통지 없이 진행된 긴급부검에 대해 10년이 지난 현재에도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부검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규정을 지키지 않고 유족들에게 사전에 아무런 통지 없이 일방적으로 긴급부검을 집행한 잘못이 있다"며 "재판과정에서 법원의 열람·등사결정이 있었음에도 이에 따르지 않고 끝내 수사기록 일부에 대한 열람·등사를 거부해 피고인들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잘못이 있다. 이러한 잘못에 대해 검찰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의 열람·등사결정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수사기록 등사를 거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반복되기에 이르렀다"며 "향후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검사들에게 이에 관한 충분한 교육을 할 것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사위는 형사소송법 제222조 제2항에 따른 영장 없는 긴급 부검 지휘에 대한 검찰 내부의 구체적 판단 지침을 마련할 것과 검사의 수사 현장 등에서의 구두 지휘에 대한 내용도 기록에 남길 수 있도록 현행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 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경찰 농성 진압과정의 위법성에 대한 검찰의 소극적·편파적 수사 의혹에 대해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려는 의지가 없거나 부족했다고 보인다. 당시 경찰의 화재 발생에 대비한 준비가 매우 미흡했음에도 진압 작전을 중단하지 않은 채 강행한 것은 경찰청 훈령인 '인권 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에 위반해 위법한 것"이라며 "경찰지휘부에 대한 수사가 필요했음에도 검찰은 김석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 서면조사에 그쳤고, 무리한 진압 작전의 이유와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요청하는 대상에서도 김 청장의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누락했다. 검찰은 김 청장이 진압계획에 대한 최종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참고인 또는 피의자로 조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청와대 등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여부에 대해서는 "사고 이후인 2009년1월25일 작성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찰청 대응문건의 '향후 검찰 수사방향' 항목에서 '검찰 수사는 우선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는 데 주력-사실관계 규명 후 여론 등을 고려해 처벌 또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강구할 것으로 판단됨(대검 공안2과장/민정2비서관)'이라는 문구가 확인됐다"며 "검찰 수사에 청와대 등이 개입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으나 구체적으로 이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법원의 수사기록 열람·등사결정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열람·등사를 거부한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에 따르지 아니한 것은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을 확대하는 역할을 했고, 화재 원인 등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한 부분 등 전체 수사에 대해서 의혹과 불신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결론 내렸다.
 
과거 수사팀 일부 검사들의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원들에 대한 '외압 논란'에 대해서는 "조사 대상인 수사팀 검사들이 조사단원에게 고소·고발 등을 언급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 조사 종료 후 민간인으로 돌아갈 조사단원에게 조사활동으로 인해 물적·정신적 고통이 따를 것을 고지하는 것은 조사단원에게는 부당한 압박이라고 인식됐고, 조사를 중단하게 함으로써 조사단과 과거사위 전체 업무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꼬집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9년 1월20일 서울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과 경찰 간 충돌이 빚어져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때 농성자 5명과 경찰 1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는데 당시 검찰은 농성자 26명을 재판에 넘기면서도 과잉 진압 논란을 낳은 경찰은 무혐의 처분해 논란을 낳았다. 
 
과거사위는 지난해 7월 용산 참사 사건을 본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해 검찰이 소극적으로 수사한 것은 아닌지 진상 규명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대검 진상조사단원이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 수사검사 일부가 조사 활동에 압박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과거 수사팀은 "외압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검사 2명과 외부단원 4명으로 구성된 조사팀은 이 외압 논란으로 외부단원 3명이 사퇴하고 나머지 1명도 조사를 중단했다. 이에 과거사위는 교수 1명과 변호사 2명 등 외부단원 3명을 새로 보충하고 1월 사건을 재배당했다. 이후 3월말 조사가 끝날 예정이었으나 과거사위가 법무부에 2개월 조사 연장을 건의하면서 이달 말까지 조사를 이어갔다.
 
2017년 12월 발족한 과거사위는 31일을 끝으로 1년6개월여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간 과거사위는 약촌오거리 사건·강기훈 유서대필 사건·PD수첩 사건·남산 3억원 제공 의혹 등 신한금융 사건·삼례 나라슈퍼 사건·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고 장자연씨 사건·김학의 게이트 사건 등 17건의 주요 과거사 사건들을 조사했고 검찰총장 사과 및 재발방지 제도 마련 등을 권고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 3월18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정문에서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기한 연장 및 철저한 용산참사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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