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열린 공청회에서 노동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들 간의 첨예한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저임금위원회는 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5층 컨벤션룸에서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는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노·사·공익위원 21명이 참석했으며, 노·사측 대표 각각 3명과 근로감독관 1명 등 총 7명이 발표자로 나섰다.
공청회 시작에 앞서 박준식 위원장은 “이번 공청회는 노사단체는 물론 현장에 계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현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인만큼 한분 한분의 소중한 의견을 깊이 새겨듣고, 앞으로 있을 최저임금 심의에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자 대표 측의 첫 번째 발표자 이동훈 한국금융안전 지부 위원장은 “노동자로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무작정 최저임금만 올리는 정책 시행할 게 아니라 하도급 업체에 대한 정책 정교한 설계 등 보완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상순 이마트노조 부위원장은 “현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은 준수 되고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 핑계로 한 인력감축으로 근로자들은 고용불안 시달리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강도도 높아졌다"며 “50만 마트 노동자 중 35만명에 해당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은 근무시간을 줄어들어 월급이 적어지는 사례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알바생이라고 밝힌 박종은씨는 “첫 번째 알바 한 곳에서는 최저임금도 못 받았으며, 두 번째 직장에서는 주휴수당과 초과근무수당을 못 받았었다”며 “주변에 알바하는 친구들을 만나보면 최저임금 수준이 아직 생계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사용자 측 발표자로 나선 신상우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대표는 “최근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주휴수당 등 노동법과 관련하여 고소·고발이 일상이 되니 사업주는 15시간 이상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범죄자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며 “지금 수준에서 2∼3%만 더 올려도 700만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 업종별 지불능력, 생산강도, 근무 환경을 중요한 현실적 논의를 빼고 얘기하는 최저임금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꼬집었다.
이근재 종로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경제성장률과 동떨어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문제"라며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고용감소와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폐업을 고려하는 소상공인도 많다”고 말했다.
외식업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 김형순씨는 “최저임금도 문제지만 다이어트 열풍, 회식 문화 감소 등 최근 트랜드 변화 등으로 외식업이 매우 힘든 상황인데 정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측 발표자로 근로감독관을 대표하는 조옥희 서울고용노동청 근로개선지도과장은 지도·감독과 간담회 등을 통해 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조 과장은 “사용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근로시간을 축소하거나 가족 내 노동력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았고, 업종 및 외국인 등에 대한 차등적용 요구도 계속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력자-신규자 간 임금격차 감소로 인한 근로의욕 저하, 일자리 감소 및 업무강도 상승 등 문제를 제기하는 근로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방청객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경비업에 종사한다고 밝힌 박태용씨는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일상 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의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전국여성노조 소속 모윤숙씨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자영업자가 힘들고 경제 전체가 어려운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는 문제"라며 "대부분의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들은 호봉상승 등이 없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 유일한 임금인상 수단인데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은 4인 가족 기준으로 보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서울 권역 공청회에 이어 오는 10일 광주, 14일 대구 권역에서 2차, 3차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