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방송통신 유선 결합상품 경품 상한선이 적용되면서 과열 경쟁이 사라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월27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경제적 이익 등 제공의 부당한 이용자 차별행위에 관한 세부기준'(이하 고시) 제정안이 지난 7일부터 시행됐다. 고시는 경품 금액과 관계없이 각 소비자에게 제공된 경품 금액이 전체 평균의 상하 15%범위 내에 있으면 이용자 간 차별로 보지 않고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가령 전체 평균 경품 금액이 30만원이라면 25만5000원~34만5000원 사이로 경품을 지급하는 것은 이용자 차별에 해당되지 않는다. 기존에는 단품 19만원, 초고속인터넷+인터넷(IP)TV 등 2종 결합시 22만원, 3종 결합시 25만원 등으로 상한액을 제한했다. 하지만 이는 가이드라인이라 법적 구속력이 없었다. 방통위는 이번 고시를 시행함으로써 결합상품 경품 상한액은 없앴지만 지급 범위를 전체 평균의 15% 내외로 제한했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은 상품권이나 각종 물품 등을 경품으로 지급하며 초고속인터넷과 IPTV 가입자 쟁탈전을 벌였다. 경품 규모는 기존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을 훌쩍 넘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들의 유선 결합상품 경품은 최대 90만원까지 지급되는 경우도 있다. 통신사들이 이토록 많은 금액을 투입하면서 결합상품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장기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초고속인터넷과 IPTV는 3년 약정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통신사들이 1~2년보다 3년 약정에 할인 혜택을 더 많이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 해당 통신사의 모바일에 가입해 유선과 결합할 경우 할인 혜택이 더 주어진다. 모바일 약정 기간은 2년이 대부분이다. 3년으로 가입하는 유선과 약정 기간을 맞추기 어렵다. 약정기간 만료 전 해지할 경우 위약금이 부과된다. 모바일과 유선상품 중 하나만 해지하고 다른 통신사로 갈아타기 어려운 이유다. 통신사는 유선 결합상품 가입자를 유치하면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하는 셈이다.
통신사들은 고시가 시행되면서 우선 경품 지급 규모를 줄였다. 한 유통망 관계자는 "최대 90만원까지 지급되던 경품이 고시가 시행되면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하지만 모바일 보조금 경쟁처럼 언제 다시 경품 경쟁이 펼쳐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고시를 이른바 인통법(인터넷+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라 부르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사업자들이 경쟁하며 경품을 많이 지급하는 것을 정부가 가로막는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통신사들의 경쟁으로 인한 혜택이 일부가 아닌 모든 소비자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결합상품 경품의 상한선을 만드는 것이 아니며 전체 소비자들에게 차별없이 같은 경품을 제공한다면 금액과 상관없다"며 "전체 평균의 15% 범위 내로만 지급하면 같은 수준을 간주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