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법무부가 난민들에 대한 첫 심사 면접을 영상으로 녹화·녹음하는 제도를 도입한 지 올해로 5년째지만,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에 대한 설명이 난민들에게 제대로 되지 않거나 지침 변경을 이유로 면담조서 및 녹음·녹화 파일본 교부를 거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에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해 지난달 28일 밝힌 2014~2017년 전국 출입국·외국인사무소별 영상녹화 실시현황 자료에 따르면, 면접 시 영상녹화를 신청한 난민 건수는 2014년 80건·2015년 521건·2016년 335건·2017년 818건으로 집계됐다. 함께 공개청구한 연도별 난민 현황 자료에 나온 대로 2014년 2896건·2015년 5711건·2016년 7542건·2017년 9942건의 난민 신청이 있었던 것을 생각할 때 전체 신청 건수 대비 10%가 안 되는 수치다. 법무부는 지난해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정보 가공에 들어가는 시간이 상당하고 제공되는 정보 또한 정확하지 않다"며 "지난해 7월부터 모든 면접과정을 녹음·녹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난민법 8조(난민인정 심사) 3항은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면접과정을 녹음 또는 녹화할 수 있다. 다만, 난민신청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녹음 또는 녹화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며 난민들이 요청할 시 심사 때 녹음·녹화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난민들은 영상녹화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한다. 국내 난민단체에 소속된 한 변호사는 "2013년 난민단체의 요구로 영상녹화가 제도화되고 녹화기기 설치가 완료됐으나 난민신청자 본인의 요청이 있어야 하고 요청이 없으면 출입국·외국인사무소별로 재량껏 하고 있다"며 "그간 관행적으로 녹화를 거의 하지 않았고 법무부도 고지를 잘 안 해 난민단체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는 난민을 제외하면 녹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난민신청자는 녹음·녹화 장비가 설치돼 있음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담당공무원은 난민면접을 시작하기 전에 난민신청자에게 면접과정 녹음·녹화를 고지하고 있다"며 "면접조서 또는 녹음·녹화 파일에 녹음·녹화 고지사실을 남기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9월 난민단체들은 2016~2017년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시행한 아랍권 국가 출신 난민신청자 다수의 난민면접 조서가 공무원에 의해 허위로 조작됐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난민단체들은 문자로 된 면접조서에는 드러나지 않은 면접 당시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할 수 있고 1차 심사 때 불인정을 받는 대부분 신청자에게 추후 심사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며 영상녹화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을 주문했다. 논란이 일자 당시 법무부는 앞으로 난민에게 녹음·녹화 고지를 의무화하고 면접조서에 고지 사실을 기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난민단체 변호사는 "현재 출입국·외국인청 측이 지침 변경을 이유로 면담조서 및 녹음·녹화 파일본의 교부를 거부하고 있어 난민신청자는 본인의 이의신청·추후 소송 등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다"며 "면접 당사자가 자신이 출석한 면접 자료를 직접 받아볼 수 없는 비상식적인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법무부 관계자는 "'본인이 제출한 자료·난민 면접조서'는 난민법 16조에 따라 난민신청자가 열람·복사를 요청할 수 있고 심사의 공정성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명백한 이유가 있는 경우 외 열람·복사를 허용하고 있다"며 "녹음·녹화자료는 난민법 16조에서 정한 열람·복사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아, 열람·복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녹음·녹화자료가 유출돼 본국 정부당국이 인지할 경우에 체재 중 난민사유 발생 등 난민심사 공정성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소지가 있어 열람만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이주공동행동, 민주노총이 지난해 12월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2018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맞이 이주노동자 권리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단속추방 중단, 노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