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검찰 여론전 심각…공보기준 법으로 정해야"

강기훈 사건 등 피의사실공표 사례 심의 종료…"수사도움만 되면 피의자 압박·유죄심증 부추겨"

입력 : 2019-05-28 오후 3:11:28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수사기관 종사자의 피의사실공표 행위가 심각하다며 가칭 '수사공보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을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28일 송두율 국가보안법위반사건·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이석기 국가보안법 위반사건·PD수첩사건 모두 수사과정에서 위법한 피의사실공표가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라며 "피의사실공표죄의 규범력 강화를 위해 법상 허용되는 수사공보 행위와 처벌 대상이 되는 피의사실공표 행위를 분명히 구분할 필요성이 있다. 법무부·행정안전부를 포함하는 범정부 차원의 '수사공보 제도개선 위원회'를 구성, 훈령 수준의 현행 공보 규정을 폐지하고 '수사공보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는 등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피의사실공표의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공소 제기 전 공표한 피의사실은 법관, 혹은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들에게 예단을 줌으로써 공정한 재판을 위협할 수 있다는 치명적 문제가 있다. 장차 공판에서 입증돼야 하는 주요 혐의 사실들은 원칙적으로 공개 혹은 수사공보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수사공보 대상의 제한을 강조했다.
 
또 "수사공보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공보 대상자의 구체적인 혐의 정도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공보 대상자의 '무죄추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상당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자에 대해선 '공적인 인물'이라 할지라도 원칙적으로 언론의 오보나 추측성 보도를 방지하고, 오보에 대해 해명하기 위한 공보 이외에는 절대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수사공보 대상자의 반론권 등 권리보장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과거사위는 "과거 특정 사건에서 수사 상황을 실시간 생중계하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지나치게 상세하고 빈번하게 수사 상황이 언론에 노출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공보 대상자가 정정보도청구 등 법적으로 허용된 절차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다"며 "수사공보에 대한 반론권을 보장하고 공보 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은 수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공소 제기 전 피의사실공표를 통해 피의자를 압박하고 유죄의 심증을 부추기는 여론전을 벌이는 등 관행적으로 법을 위반하고 있다. 반대로 수사에 부담이 되는 경우 형법 규정에 기대어 언론 취재를 회피한다"며 "이 과정에서 진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파편적 사실들이 여과 없이 보도됨으로써 국민 사이에 해당 사건에 대한 선입견이 형성되고, 이는 향후 재판 결과를 불신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11월 피의사실공표 사건이 본조사 대상으로 결정된 이후 주요 논문, 불기소 결정문, 언론 기사 등을 검토하고 피의사실공표가 논란이 됐던 송두율 국가보안법위반사건,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이석기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PD수첩사건 등에서 검찰의 피의사실공표 실태를 확인했다.
 
특히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피의사실공표죄로 접수돼 처리된 사건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같은 죄로 기소된 사례가 전무했으나 같은 기간 수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을 포함하는 언론보도가 수사기관을 출처로 해 공소 제기 전에 반복적으로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국가배상금 소송 선거공판을 마친 송상교 변호사가 지난 2017년 7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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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