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누진제 개편(안)을 논의한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TF'에서 올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권고안을 마련한 배경은 소비자들의 냉방기기 사용에 따른 전기 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서다. 18일 TF가 마련한 대로 정부가 승인할 경우, 1629만 가구가 할인 대상이 되며 약 1만원 수준의 비용 부담을 덜수 있다.
누진제 개편안.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이날 TF가 최종 권고한 누진 체계는 1단계 사용량을 200kWh에서 300kWh로, 2단계를 400kWh에서 450kWh로 확대하는 안이다. 일부 다사용 가구로 혜택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단계 누진구간 확대폭은 1단계 대비 절반으로 책정했다. 누진구간을 확대하게 되면 각 누진단계서 붙는 단가 적용이 그만큼 늦춰지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보통 네 사람이 사는 가구에서 한달에 사용하는 전기는 대략 350kWh 정도다. 이를 전기요금으로 계산하면 약 5만5000원 수준이다. 문제는 여름철에 에어컨 사용 등으로 인해 이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점이다.
가령 매일 4시간씩 에어컨을 튼다고 가정하면, 현행 요금 체계로는 월 12만5000원을 내야 한다. 다만 누진 구간을 늘리면 전기료는 10만4000원으로 17% 줄어드는 효과가 나온다. TF는 여름철 무더위에 요금 문제로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경우를 최소화하자는 데 목적을 뒀다. TF 관계자는 "냉방기기 사용으로 여름철 전력사용이 급증하는 소비패턴에 맞춰 가능한 많은 가구에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기료 인하로 인해 공기업인 한전의 경영난이 심화한다는 점이다. 한전은 올 1분기 6000억원대 영업적자(연결기준)를 냈다.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이며,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다. 국제 연료가격 상승 및 전력구입비 증가, 원자력발전 이용률 저하, 신재생 정책비용 증가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풀이되는 데 이번 전기 요금 인하가 이러한 흐름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올해도 한전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연료가격 상승 등의 한전 영업적자의 주 요인이 즉각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및 환율 상승 등 대외 경영환경 변동성은 커지고 있고, 신재생에너지 자금 보조, 탄소배출권 거래 등의 정책비용이 계속 늘고 있는 것도 한전에 큰 부담이다. 작년 정책비용이 6조원에 달했는데,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누진구간 확대에 따른 할인액 2847억원(2018년 기준)도 한전이 감당해야 한다. 사실상 이러한 비용은 다시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요금 체계 현실화의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의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공기업으로서의 역할을 고려하면 감당해야 할 문제"라면서 "다양한 경영혁신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