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일 "조선은 인내심을 유지하려 한다"면서 “'관련국'과 같은 방향으로 노력해 서로의 우려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관련국'은 미국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 대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중앙 텔레비전(CCTV)의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지난 1년간 지역 정세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적극적인 조치를 했지만, 관련국의 적극적 호응을 얻지 못했는데 이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시 주석은 "조선(북한)이 보여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비핵화 추동을 위한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며 "과거 1년 한반도 문제의 대화 해결을 위한 기회가 나타났고 국제사회는 북미 대화가 성과가 있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계속해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한다"면서 "조선 및 관련국들과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지역의 장기 안정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북중 정상이 한 목소리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이야기하면서 교착상태에 놓인 북미 비핵화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특히 시 주석이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김 위원장과 논의한 '비핵화 방안'을 전달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아울러 북중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경제 및 군사 협력을 심화시킬 의지도 드러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조선이 자신의 합리적 안보와 발전에 관한 관심사를 해결할수 있도록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 여러 영역에서의 교류를 강화해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려 한다"며 "중국의 경험을 배우려 하며,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생을 개선하려 한다"고 화답했다.
실제 이날 정상회담에서 북한 측에선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김재룡 신임 총리,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 등이 배석했다.
리수용과 리용호는 외교를 담당하는 인사며, 최룡해와 김재룡은 북한의 경제발전 노선을 이끌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김수길은 북한군 서열 1위지만, 북중 정상회담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중국과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분야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시 주석의 이날 북한 방문은 후진타오 전 주석 이후 중국 최고 지도자로는 14년 만이다. 김 위원장은 국빈 방문한 시 주석을 위해 공항에서부터 성대한 환영식을 열었다. 순안공항에서 김 위원장 부부와 1만 명에 가까운 인사들이 시 주석 일행을 환영했고, 북중 정상은 무개차(지붕이 없는 차량)를 타고 평양 도심까지 카퍼레이드를 했다. 도로 양편에는 약 25만명의 인파가 "환영" "조·중(북·중) 친선" 등을 연호했다.
이후 양 정상은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으로 이동해 공식 환영 행사를 가졌다. 과거 주석궁으로 불렸던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 전 주석과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북한의 '성역'이다. 북한이 이곳에서 환영식을 진행한 것은 외국인 지도자로는 시 주석이 최초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환영행사 후 금수산 영빈관에 여장을 풀었다. 이어 양 정상은 금수산 영빈관에서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가졌다. 저녁에는 양 정상 내외의 환영만찬과 능라도 5·1경기장에서 펼쳐진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관람 등의 일정이 이어졌다.
시 주석 일행은 방북 이틀째인 21일에는 양국 우호관계의 상징 '북·중 우의탑'을 참배하고 귀국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과 추가 회동을 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을 국빈 방문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CCTV 유튜브 캡쳐, 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