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북미 정상 간 '탑다운' 친서외교가 본격 가동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내온 '훌륭하고 흥미로운 친서'에 만족을 표하고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아름다운 편지'에 재차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정은 동지께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어 왔다"며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보시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시면서 만족을 표시하셨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모습도 공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온 시점과 구체적 내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김 위원장의 친서를 수령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21일(현지시간)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백악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꺼내 "생일축하 편지"라며 "어제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에도 취재진과 만나 "어제 김 위원장에게서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두 편지가 같은 것인지 별개의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별개의 편지라면 김 위원장이 10일과 16일 두 차례에 거쳐 친서를 보낸 셈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돼 있는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친서를 교환하고 공개적으로 긍정평가하면서 협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훌륭하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평가하고,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밝힌 점을 볼 때, 미국 측이 새로운 제안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번 주 방한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판문점 등지에서 북측과 실무접촉을 가질지도 주목된다. 성사된다면 이는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약 4개월만의 북미 실무접촉 재개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월27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회담과 만찬을 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