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 친서외교 가동, 대화 임박?

친서 주고받으며 '만족감' 표시…다시 '탑다운' 소통 시작

입력 : 2019-06-23 오후 2:58:54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북미 정상 간 '탑다운' 친서외교가 본격 가동되고 있다. 실무단계에서 막힌 북미 비핵화 협상을 정상들이 뚫어가는 모양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내온 '훌륭하고 흥미로운 친서'에 만족을 표하고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아름다운 편지'로 표현하며 김 위원장의 친서에 재차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주요 매체들은 23일 "김정은 동지께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어 왔다"며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보시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시면서 만족을 표시하셨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모습도 공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온 시점과 구체적 내용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김 위원장의 친서를 수령했다는 사실을 재차 공개했다. 21일(현지시간)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백악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꺼내 보이며 "생일축하 편지"라며 "어제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에도 취재진과 만나 "어제 김 위원장에게서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두 편지가 같은 것인지 별개의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별개의 편지라면 김 위원장이 10일과 16일 두 차례에 거쳐 친서를 보낸 셈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돼 있는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친서를 교환하고 공개적으로 긍정평가하면서 협상의 새로운 돌파구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훌륭하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평가하고,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밝힌 점을 볼 때, 미국 측이 새로운 제안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번 주 방한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판문점 등지에서 북측과 실무접촉을 가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무접촉이 성사된다면 이는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약 4개월만의 북미 실무접촉 재개다.
 
한편 불과 이틀 전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끈끈한 양국 유대관계를 강조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친서공개는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이 일종의 '미중 균형외교'를 시도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우선 대내적으로는 김 위원장이 G2국가인 미국 및 중국 최고지도자와 대등하게 외교하는 모습을 부각시켜 내부 권위를 높이려는 의도가 읽힌다. 대외적으로는 북중 밀착을 경계하는 미국에 보내는 '안심 메시지'다. 당초 외교가 안팎에서는 이틀 전 북중 정상회담이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개최될 미중 정상회담과 연계된 행사라는 분석들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협상을 앞둔 시 주석이 일종의 기선제압으로 북한 비핵화 문제에 있어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다만 북미 정상의 친서 교환 자체가 비핵화 문제는 북미가 직접 소통하고 결정할 문제라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는 북미 정상 간 진행되는 친서 교환이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또한 우리 정부는 (친서교환을) 한미 간 소통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신문이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왔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읽는 모습의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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