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년연장 논란이 확산되는 것은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16년 60세 정년연장으로 무려 107조원의 기업부담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추가로 65세로까지 범위를 넓힐 경우 사회적 부담비용은 수백조원을 넘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이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과 함께 호봉제, 노동생산성, 노인빈곤 등 노동현안과 사회안전망 강화까지 꼬여 좀처럼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뉴스토마토>가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정년연장 보고서와 통계청의 인구추계를 분석한 결과 현 시점에서 65세 등으로의 정년연장을 단행할 경우 기업이 추가로 짊어지는 부담은 수백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월 60세 정년 시행을 앞둔 2015년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기업 부담이 107조원(2016~2020년)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한경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65세 정년연장으로 인한 사회적부담비용이 얼마일지 가늠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정부가 이제 막 65세 정년연장 논의를 시작한 만큼 관련 연구들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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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년연장이란 난제를 꺼내든 이유는 앞으로 마주할 우리 사회의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많다. 그만큼 저출산 고령화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데다,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생산연령인구(15∼64세) 마저 급격히 줄고 있어서다. 이른바 사회는 늙어가는데 출생아 수는 늘지 않는 상황이다.
정년연장을 두고 사회적 논의가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정부 대응이 늦은 것이 이유라는 논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불과 3년 전 시행된 현재의 60세 법정 정년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에서 또다시 이를 5년 연장한다는 것이 우리사회 전체에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의 정년연장이 청년과 노인 간의 세대 간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이유다. 대표적인 게 대기업과 공공부문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대기업과 공공 부분에서는 정년 연장으로 인한 청년고용 대체효과가 나타나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분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연공서열형 임금(호봉제) 구조를 개편하지 않는 채 정년연장을 시행한다면 기업의 노동비용을 증가시켜 청년 채용을 축소시킬 수 있는 문제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좋을때 정년연장이 이뤄지면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할 것"이라며 "하지만 내수부진과 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정년연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가져가는게 아니라 노년 인력을 떠안는 꼴이 되는 탓에 부담이 매우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으로 인한 노후소득 양극화 역시 해결 과제다. 정년 연장이 은퇴 이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하는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를 다소 완화시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사회적 부담을 고려한다면 연금수급 연령 시기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연금수급 시기는 뒤로 밀린 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노인은 오히려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