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오름 기자] 기존 6단계로 구성된 장애등급제가 31년만에 폐지된다. 대신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구분한다. 대부분 서비스가 그대로 유지되고,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한 종합조사가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수요자 중심 장애인 지원체계'를 발표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장애인단체와 간담회를 열어 "이번 개편은 기존 공급자 중심의 장애인 정책을 장애인의 욕구와 환경을 고려하는 수요자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출발점"이라며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과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이 대책이 접목될 수 있도록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등급제의 실질적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편안에 따르면 오는 7월1일부터 기존 1~6등급의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 장애인등록증을 새로 발급받을 필요는 없고, 혜택은 대부분 그대로 유지된다. 기존 1~3급은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4~6급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인정받게 된다.
기존 장애등급을 기준으로 지원하던 141개 서비스 중 12개 부처 23개 서비스는 대상을 확대한다. 건강보험료 경감은 현행 1·2급 30%, 3·4급 20%, 5·6급 10%에서 중증 30%, 경증 20%로 개편된다. 노인 장기 요양보험은 현행 1·2급 30%에서 중증 30%로 대상을 늘린다. 교통약자의 이동 지원을 위한 법정 휠체어 탑승설비 장착 교통수단 대수는 현재 200명당 1대로 총 3179대에서 기준을 150명당 1대로 변경함에 따라 45% 증가한 4593대로 늘어나게 된다.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위한 건강보험 장애인 보장구, 보조기기 등 품목도 확대된다. 현재 1·2급 지체와 뇌병변 장애인에게만 적용된 자세보조용구, 욕창 예방 매트리스, 이동식 전동 리프트 등은 중증 지체와 뇌병변 장애인에게로 확대된다. 흰 지팡이 기준액은 1만4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늘어나며 저시력 보조 안경 내구 연한은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다. 보조기기 품목은 올해 30개에서 2022년까지 36개로 늘린다.
아울러 내년부터 중증 장애인 부양 의무자 기준 적용은 제외해 저소득층 장애인의 기본 생활 보장을 강화한다.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근거한 장애인 서비스 대상도 총 902개 중 200개를 확대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대부분 서비스들은 장애인이 불리해지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에서 현행 수준의 지원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맞춤 지원을 위한 종합조사는 정부가 방문을 통해 개별 사정을 파악한 후 지원 확대를 결정하는 제도다. 활동 지원 급여, 장애인 보조기기, 거주시설, 응급 안전 서비스 등 4개에 우선 적용한다. 이후 2020년 이동 지원, 2022년 소득과 고용 지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종합조사 신청은 읍·면사무소나 주민센터에 방문하거나 '복지로' 사이트를 통해 할 수 있다.
종합조사를 도입하면서 활동 지원 서비스의 평균 지원시간과 이용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전체 장애인 대상 월 평균 활동 지원 시간은 120시간이지만 제도 개편 후 127시간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중증 장애인에 대한 지원 시간은 현재 하루 14.7시간에서 16시간으로 확대된다. 뿐만 아니라 이 서비스 이용시 본인 부담금도 현행 최고금액 기준 32만2900원에서 개편 후 15만8900원으로 약 50% 경감된다.
세종=차오름 기자 risi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