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최근 일부 선사들이 협상력을 높이고 원가절감을 위해 메가 컨테이너선 발주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 등 변수들로 인해 대형화 추세가 계속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이면 전세계 최대 규모의 2만3000TEU(1TEU=6m 컨테이너 1개)급 메가 컨테이너선이 등장한다. 현대상선은 2020년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인도받는다. 지난 2006년 처음으로 1만TEU급 컨테이너선이 등장한 뒤 15년만에 두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현대상선은 내년 3월로 머스크, MSC로 구성된 '2M 얼라이언스(동맹)'과의 협력 관계가 끝난다. 2M과의 협력을 이어가거나 새롭게 오션얼라이언스나 디올라이언스 가입을 추진해야 한다.
메가 컨테이너선 발주 배경이 여기에 있다. 얼라이언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선대 대형화를 통해 거대 얼라이언스들과의 영업 협상력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최근 일부 선사들이 협상력을 높이고 원가절감을 위해 메가 컨테이너선 발주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상선 컨테이너. 사진/현대상선
해외 선사들도 선대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노리는 분위기다. 현대상선 외에도 메가 컨테이너선 발주 의향을 보인 선사가 있다. 바로 대만의 에버그린(Evergreen)과 독일 하팍로이드(Hapag-Lioyd)이다.
에버그린은 최대 9척, 하팍로이드는 6척의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발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선사들은 각각 디얼라이언스(하팍로이드·양밍해운·ONE)와 오션얼라이언스(CMA CGM·COSCO·에버그린, OOCL)에 속해 있다.
이처럼 선사들이 컨테이너선 대형화를 추진하는 것은 우선 초대형 선박을 통해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가 세계적으로 장기불황인 상황에서 원가절감은 곧 수익성 창출과 경쟁력 제고로 연결된다. 연료유, 각종 항비, 선원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대형 선박 일수록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전세계 해운업계는 선복량 과잉 문제를 겪고 있다. 이따금씩 나오는 발주 검토 소식이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계가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대형선을 발주하고 있다. 각사마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선복량 과잉인 상태에서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물동량 증가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다. 아무리 시황이 좋더라도 과거 처럼 물동량이 대폭 늘어나는 경우는 오지 않을 것이다. 최근 메가 컨테이너선 발주 계획이 들려왔으나 이 추세가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메가 컨테이너선을 채울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컨테이너선 대형화에도 허브항만을 통해 화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허브항만이 고착된 상태로 2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이 이전처럼 원가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