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보일러를 신규로 설치하거나 교체할 때 반드시 '콘덴싱' 방식을 적용한 제품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정체된 국내 시장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일반 보일러 대비 제품 단가가 높아지는 만큼 수익성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국회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대기환경개선특별법)'을 통과시켰다. 특별법 개정안에서는 가정용 보일러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억제 기준과 친환경 난방시설 의무설치규정 등이 신설됐고, 위반 시 처벌규정(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도 마련됐다. 이에 따라 다세대 공동주택뿐 아니라 일반 주택도 기존의 보일러를 교체하거나 난방시설을 신규로 설치할 경우 친환경·고효율 제품으로 설치가 제한된다.
특별법에서 규정하는 친환경·고효율 제품은 '콘덴싱 보일러'다. 콘덴싱 보일러는 일반 가스보일러 대비 난방효율이 높아 난방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으며, 배기가스에 포함된 초미세먼지 유발 물질 발생량이 70% 이상 낮다. 미세먼지 이슈가 불거진 이후부터는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보일러 구입비용과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어 콘덴싱 보일러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기 설치된 보일러 중 콘덴싱 모델의 비중은 약 20%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진 최근 3년 사이 콘덴싱 보일러 판매가 30% 가까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일반 보일러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업계에서는 의무법안 통과로 콘덴싱 보일러 비중이 10년 내에 90%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보일러의 콘덴싱 보일러 판매 비중은 40%까지 확대됐다. 2016년 대비 최대 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환경부의 환경표지인증을 획득한 경동나비엔의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사진/경동나비엔
이에 따라 보일러 업계에서는 '콘덴싱 특수'를 누리기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콘덴싱 보일러는 일반 보일러 대비 평균 제품 가격도 50%가량 높아 이익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보일러 업체들이 모두 콘덴싱 보일러를 판매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업계 1·2위인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보일러가 적극적이다. 지난 1988년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 보일러를 개발한 경동나비엔은 '1등 보일러'의 위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귀뚜라미는 '거꾸로 타는 보일러' 등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고객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콘덴싱 보일러 의무화는 이익 증대라는 1차적인 성과보다는 보일러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완만히 성장하는 국내 시장에서 콘덴싱 의무화는 분명히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