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연 기자]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나간 A씨(24,여)는 영문도 모른 채 취업당시 면접관이었던 사람으로부터 자리를 빼앗겼다. 그는 입사한지 2개월도 되지 않아 사직서와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했고, 이내 다른 자리로 옮겨졌다. 아직 자신의 책상도 없어 회의실 한쪽을 사용하는 중이다.
지난 9일 A씨는 <뉴스토마토> 인터뷰 도중 계속 눈물을 흘렸다. 그는 3월30일 대한노인회 부여군지회의 총무사무원 모집 공고에 따라 일자리전담인력으로 응시했고, 4월5일 면접을 보러가게 됐다. 이날 면접에는 총무사무원에 지원한 30대 남자가 함께 있었다. 면접관에는 노인회 사무국장과 B팀장이 나왔다.
대한노인회 부여군지회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면접을 보고 나온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노인회에서 다시 와보라고 해서 갔더니 ‘총무를 시키고 싶다’고 했어요. 남자 분 앞에서 말하면 기분 나쁠 것 같다고, ‘총무를 할 생각이 없냐’고 해서 수락했어요.”
그렇게 A씨는 4월 8일 직원들의 환영 속에 2년 계약직으로 노인회에 입사했다. 공고에는 정규직이었지만 근로계약서는 2년으로 채결됐다. 하지만 그는 이후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입사 후 1주일이 지나 사무실에는 총무가 사용할 책상이 마련됐지만 그 자리로 옮기라는 지시가 없었다. 사무국장은 A씨에게 “다음 주에 일을 알려 주겠다”고 미뤘고, 그동안 회의준비나 심부름 등 잔무만 해야 했다.
“사무국장이 4월 말에 저를 빼고 일자리전담팀 직원들을 불러 회의를 했어요. 회의가 끝나자 사람들이 수근 거렸어요. 그런데 그때 사람들이 ‘팀장님이 그거 하신다고?’, ‘거기를 가신다고?’라는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팀장님이 이직하는 줄 알고 물어봤는데, ‘그런 것 아니니까 그냥 퇴근하라’고 했어요.”
A씨는 일자리전담팀 회의가 있던 이후부터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국장에게 “언제 자리를 이동하면 되겠느냐”고 물었으나, 사무국장은 “다음 주가 되면 알려 주겠다”는 답변만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직원들이 “A는 총무 다 물 건너갔다며?”라고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게 됐다. 또 자신의 면접관이었던 B 팀장이 회의실로 들어와 “A씨는 행복실 가고, 00씨는 경로당 가면 되겠네”라는 말을 했다. A씨는 결국 사무국장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충격적인 얘기를 듣게 됐다.
“사무국장님이 ‘다음 주 쯤 지회장님하고 말 끝나면 얘기해주려 했는데, 이미 알은 것 같으니 말해주겠다’면서 ‘원래 인사권이라는 게 지회장님한테 먼저 있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팀장이 오래 일했으니 그런 직위변동 같은 우선권은 오래 일한 연장자에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렇게 됐는데, 괜찮으냐’고 물으면서, ‘젊은 애가 노인 일자리해서 뭐가 좋겠느냐. 내 딸도 공무원 준비하는 데 안쓰러워서 그러니 너도 공무원 준비를 해보는 게 어떠냐. 모르는 게 있으면 문제집 들고 와서 나한테 물어봐라’라고 하시는 거 에요. 그래서 ‘알겠다’고 했더니, 그 다음 주에 B팀장이 사직서와 근로계약서를 준비해 와서 도장을 찍으면 된다고 했어요. 확인할 시간도 주지 않고 사인하자마자 가지고 갔어요.”
A씨는 입사한지 7주 만에 일자리전담팀으로 떠나게 됐다. 총무사무원은 2년 계약이었지만, 일자리전담사원으로 간 A씨의 근로계약 기간은 올해 연말까지로 줄었다. 그리고 총무자리에는 A씨의 면접관이었던 B팀장이 가게 됐다. A씨는 인터뷰를 하던 도중 복받치는 감정에 여러 차례 눈물을 쏟아냈다.
“아버지가 혼자 벌어서 4녀를 키우셨어요. 저는 셋째인데 언니들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저라도 벌어서 도와드려야 했어요. 그래서 그만두지 못했고, 견뎌야만 했어요. 학교에서도 취업하지 못하면 졸업장 대신 수료증을 주겠다고 했어요. 졸업장을 받지 못하게 됐지만 지금은 졸업장보다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 되니까...”
노인회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 9일 노인회 사무국장은 “남자직원은 총무가 적합하지 않아 일자리전담직원으로 권유했더니 수락했으나, 아무래도 여기 직원들이 20~30대가 많아서 30대 후반 직원이 오게 되면 부딪칠 것 같아 고민하는 데 A씨 이력서가 들어왔고, 하는 수 없이 A씨를 총무로 시켰다”고 말했다. 공고에는 성별과 나이를 ‘무관’으로 기재했지만, 하나도 지켜지지 않은 엉터리 공고를 했던 것이다.
그는 이어 “지회장에게 임면보고를 했다. 지회장은 ‘좀 어리지 않느냐’고 말했었는데, 다음 날 B팀장이 갑자기 총무를 해보고 싶다고 해서 말렸다. 그런데 ‘그냥 하고 싶다’고 말했고, 이미 지회장에게도 뜻을 이미 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유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도 수락했고 지회장도 ‘B팀장이 강력하게 하고 싶어 한다고 하니 한 번 시켜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B씨는 총무사무원 공고에도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3월 30일자 총무사무원 공고에는 2년 이상의 경력과 4년제 대학을 졸업했어야 했다. B씨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 노인회 측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시인했다. 그는 ‘재공고가 B씨를 위한 맞춤형 공고가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노인회 측은 B씨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재공고를 하지 않아 부여군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부여군은 지난 5월 23일 노인회 측이 B씨를 총무로 채용하는 임면보고를 하자 “공고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반려했던 것. 이에 노인회는 23일 총무사무원 모집 재공고를 했고, 5월 31일 B씨를 총무로 채용해 부여군에 임면보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에도 각종 인사서류가 미비함에 따라 서류보완을 했고, 이 내용에 대한 취재가 들어간 직후인 지난 12일 부여군에 최종 총무 변경보고가 완료됐다.
사무국장은 A씨에게 사직서를 받은 부분에 대해 “군청에서 요구한 것이며, 인건비를 지급하는 보조금의 재원이 다르기 때문에 받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여군청 담당부서는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
부여군 관계자는 “임면보고가 들어왔는데 사직 일자보다 일찍 서류가 들어왔고, 사무국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시정하라고 했다. 사직서를 군에서 요구한 게 아니라, 행정상 절차시기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무국장은 부여군의회 민병희 의원과 이 인사문제로 만난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정확한 날짜를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내부에서 지회장이 B팀장으로 결정을 한 뒤”라고 전제하면서 “B팀장으로 결정을 한 뒤에 이런저런 소문이 돌았으며, 민 의원과 만났을 때 ‘총무가 결정됐냐’고 물어봤고 ‘인사문제는 분명히 지회장의 고유권한이다. 저하고는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도 ‘왜 B팀장이 이걸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냥 있으면 되는데’라고 얘기를 했고, 민 의원에게 ‘없었던 걸로 하자’고 말했다. 그랬더니 민 의원이 ‘B팀장을 잘 부탁한다’고 그랬는지 뭐랬는지 어쨌든 금방 헤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15일에는 “민 의원이 B팀장을 잘 부탁한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민 의원을 만난 시점이 지회장이 B팀장으로 결정을 한 다음 날이라고 기억했다. 사무국장이 지회장에게 임면보고 한 날은 면접날이던 4월 5일. A씨는 8일에 첫 출근을 했고, 그 다음 날 B팀장이 사무국장에게 “총무를 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 이에 사무국장이 며칠의 시간을 줬고, 5일의 시간을 줬다고 가정하더라도 12일에는 지회장이 B팀장의 총무직 전환을 승낙한 게 된다. 그렇다면 민 의원과 만난 시점은 4월 13일 전후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시기는 A씨가 입사한지 7일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민병희 의원은 “사무국장을 만난 적도 없고, 그런 얘기를 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럼에도 노인회는 이보다 10일이 지난 후인 4월 23일 부여군에 A씨를 총무로 채용했다는 임면보고를 한 것.
노인회 지회장은 15일 “민 의원과 내가 이름이 비슷해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절대 인사문제와 관련해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면서 사무국장이 민 의원과의 만남을 부인하자 “인사 문제에 대해 저희가 가서 만났다고 하면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부여=김종연 기자 kimsto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