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신라젠 경영진이 잇따라 주식을 추가 매수하며 주가 방어에 나섰다. 임상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에다 한 임원이 보유 주식을 매각하면서 커진 시장 불안감을 진화하고 나선 것이다. 이르면 내달 개발 중인 바이러스 항암제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영진이 직접 사재출연하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라젠 고위 관계자는 17일 임상 결과 예측에 대한 질문에 “실패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갖고 있다”라며 조만간 이뤄질 무용성 평가에 대해서도 “하반기 분위기 반전이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아울러 최근 주식 매수는 그런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란 설명이다. 최근 신라젠 수뇌부 4인은 지난 11일부터 15일 사이에 각각 1000주씩 총 4000주를 장내매수했다.
지난 2016년말 신라젠 코스닥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문은상 대표이사(가운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보다 앞서 한 임원이 보유주식을 대량 매각하면서 시장에선 임상 결과를 나쁘게 보고 내부정보를 이용해 발뺌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그러나 사측은 해당 임원이 채무 등 개인 사정으로 매도했을 뿐 주식을 판 뒤에도 사내 업무에 정상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펙사벡의 임상 3상 결과 도출시기가 다가오면서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무용성 평가를 거쳐 임상을 지속하게 되면 최종 시판 허가 여부는 내년 말쯤 판가름 날 것으로 관측된다.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며 비용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회사로서는 자본시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금융조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더욱이 3상 중인 펙사벡은 평균임상시험비용이 다른 질환 치료제에 비해 많이 드는 고형암 치료제다. 주가 방어가 절실하며, 그러기 위해 시장 불안감을 씻을 수 있는 무용성 평가도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라젠은 임상 후반기에 접어들어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회사는 현재 항암제 신약후보물질 개발에 매진하면서 따로 상품 판매로 인한 매출은 없다.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사채와 더불어 공동 연구개발수익, 라이선스 수익 등으로 연구비를 충당하고 있다. 신라젠은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서도 매출에서 연구개발비 비중을 늘렸다. 지난 1분기말 573.4%로, 지난해 연간 475.4%에서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말 233억여원까지 줄었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분기 전환사채로 인한 금융조달에 성공하며 분기말 870억여원까지 확충, 실탄을 늘려둔 상황이다.
한편, 회사는 지난해 환손실과 그동안 누적된 부채 상환 기한이 도래하며 투자 지출을 줄였다가 올 들어 다시 공격적으로 늘리는 모습이다. 특히 연구장비 등 유형자산이나 특허권 등 무형자산 취득에 지출을 늘린 것이 눈에 띈다. 회사는 펙사벡 라이선스를 통해서도 계약금 및 마일스톤 지급액을 연구 단계에 따라 지급받는데, 이는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 1분기 무형자산은 694억여원으로 지난해말보다 4억원 정도 늘어나 아직 특징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