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조선·철강업계가 하반기 후판가 협상에 본격 돌입하면서 초반부터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철강사는 원재료 상승에 따라 후판가를 올리겠다는 입장인 반면 조선사는 제품가 인상은 곧 제조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사와 조선사들은 이번 주부터 하반기 후판가 협상에 돌입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 건조에 사용되며 선박 제조 원가의 15~20% 정도를 차지한다.
상반기에는 후판가격이 동결됐지만 하반기에는 인상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철강사들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라 제품가 인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 초부터 강세를 보인 철광석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광석은 지난해 말 톤당 70달러 수준에서 2분기 평균 110달러까지 올랐다.
원재료 가격 인상 부담은 철강사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는 2분기에 8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대를 돌파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14.7% 하락했다. 현대제철도 역대 분기 기준 사상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38.1% 줄었다. 원재료 상승분을 제품에 전가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철강사들은 하반기에 제품가격을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포스코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철강재 원료 가격인상에 따라 수요 산업 제품가격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제철도 "조선 후판가격에 대해 협상 중에 있으며 최대한 원료가 상승분을 반영할 것"이라면서 "우리도 다급한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선사 측은 업황이 회복세에 들어서지 않은 상황에서 후판가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후판가는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 30만원 가량 인상됐다. 현재 후판가는 톤당 60~7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는 조선업계가 어려웠던 시기에도 후판가를 올려왔다"면서 "하반기에 후판가를 인상할 경우 조선사는 제조원가 상승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후판가 인상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커 하반기 협상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제철은 "8월부터 10월 사이에 후판가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나 3분기내 가격협상이 완료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