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잔꾀'…한달만에 반도체 소재 딱 1건만 '수출허가'

대내외 비판 '물타기·명분쌓기' 전략의도…한국이 일본 따라잡자 수출규제 의견도

입력 : 2019-08-08 오후 6:57:08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일본 정부가 이미 규제를 하고 있던 반도체 핵심 소재의 일부 수출을 허용키로 했다. 하지만 이는 일본이 딱 1건만 수출을 허가하면서 공세수위를 낮추는 제스처를 통한 대외용 '명분쌓기'일 뿐 속내는 한국경제를 흩뜨리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일본은 자유무역 질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이고, 자국에게 필요할 때는 자유무역주의를 적극 주장해온 나라이므로 이번 일본의 조치는 매우 이율배반적"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8일 외신에 따르면 세코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기자회견에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안보상 우려가 없는 거래임이 확인된 안건에 이미 수출허가를 부여했다""개별 케이스는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지만, 한국 정부가 이 조치를 마치 '금수 조치'인 것처럼 부당하게 비판하고 있어 예외적으로 공표한다"고 밝혔다. 수출허가를 부여한 품목은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일본이 어제 3대 수출 규제 품목의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고 확인했다. 이는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3대 품목 수출 규제를 시작한지 35일 만이다. 일본은 또 전날 예상과 달리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추가로 확대하지 않았다.
 
연이은 일본의 태도 변화는 국제사회에 정당성을 높이는 인상을 주면서 한국이 관련 소재의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로 빠르게 대응하는 전략을 교란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한국의 반발과 국제적 비판을 의식해 수출 규제 조치가 금수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이유다.
 
한국정부가 맞대응 조치를 취할 경우 추가 공격의 빌미로 삼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 언제든지 일본은 한국 수출관리 체제의 불충분한 점을 문제 삼아 심사기간을 늘리거나 수출신청을 불허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는 셈이다. 전날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시행령도 공포한 만큼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품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같은 일본의 행태에 대해 경제 각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하는 한국을 예전 상태로 되돌리려는 속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이제민 부의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원인을 한국에 대한 경계심과 위기감으로 지목했다. 그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과거 경제적인 종속관계를 한국이 탈피했는데 일본은 자유무역 질서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한국이 그렇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아베의 일본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되돌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일본 조치에 대해 이율배반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자유무역 질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이고, 자국에게 필요할 때는 자유무역주의를 적극 주장해온 나라이므로 이번 일본의 조치는 매우 이율배반적"이라며 "결국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고, 일본의 기업들도 수요처를 잃는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일본은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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