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한여름에는 장염이나 식중독, 배탈, 설사, 복통과 같은 소화기 질환이 쉽게 발생한다. 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은 대부분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휴식과 따뜻한 물을 수시로 먹어 탈수를 예방할 수 있다면 점차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경우 장염을 앓고 난 후에 입맛을 잃거나 체력이 떨어져 장염 이후의 컨디션 회복에 시간이 걸려 문제가 될 수 있다.
양효진 청주율량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은 "최근 장염이나 식중독 등으로 고생하고 난 후 아이가 살이 빠져 홀쭉해지고 몸무게가 떨어져 걱정하는 부모들이 내원을 많이 하고 있다"라며 "성장이 중요한 시기의 아이들이므로 체력 회복과 함께 위장기관의 면역력을 키워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염에 한번 걸리면 소화기가 약해져 금방 재감염이 될 확률이 높다. 장염 이후 아이의 컨디션과 떨어진 몸무게를 회복하려면, 가능한 빨리 식욕과 기운을 회복하게 해 다시 같은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체력이 부족한 소아라면 기운을 보강하는 효능이 있는 황기 달인 물을 끓여 차처럼 마시면 좋다. 황기는 여름철에 허약한 체질로 식은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데, 처진 기운을 끌어올려주고 과도한 땀을 통한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
또 장염을 앓고 난 후에는 소화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1주일간 과식을 피하고, 위장 부담을 덜어주는 음식으로 가볍게 먹어야 한다. 연두부, 미음, 누룽지 등 부드러운 음식으로 시작해서 점차 기름기가 적은 달걀, 연어 등의 단백질과 야채, 탄수화물을 같이 섭취한다. 소화에 도움을 주는 매실차, 보리차를 가볍게 챙겨 주는 것도 좋다. 몸에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실내에서 스트레칭과 아침저녁의 가벼운 산책을 통해 장운동을 촉진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만큼 적절히 수분과 전해질 섭취에도 신경 써야 한다.
프로바이오틱스와 적절한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것도 좋다. 프로바이오틱스는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균을 말하는데, 장내 환경을 산성으로 만들어 산성에서 잘 자라는 유익균의 성장을 촉진하고 유해균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이와 함께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를 같이 섭취하도록 한다. 장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수박, 참외, 복숭아, 포도와 같이 당도가 높은 과일을 너무 많이 먹게 되면 오히려 설사를 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에 식중독이나 장염에 자주 걸리며 체중이 잘 빠지는 아이라면 위장 기능이 약한 지 점검해 보도록 한다. 평소에도 손발이 차거나, 설사, 배탈, 복통이 잦고 소화에 부담이 큰 경우에 장염으로 고생하기 더 쉽다. 유전적인 영향으로 부모 중에 장이 약하거나 예민한 경우, 심하면 아이가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경우도 있다.
장을 괴롭히는 생활습관의 문제가 있는지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장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의 경우 평소에 배를 차게 만들어 장내 소화를 방해하는 식습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선풍기나 에어컨 근처에 너무 오래 있는지, 요구르트나 아이스크림, 얼음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지 등 점검한다. 더운 여름에 찬 음식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찬 음식 섭취 후에는 따뜻한 물 한두 모금을 꼭 마시게 한다면 장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소화력과 장이 평소에도 약한 체질이라면 성장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보강이 필요할 수 있으며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여름철 소화기 질환에 살이 빠진 아이라면 회복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면역력 증진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함소아한의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