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상승을 억누리기 위한 추가 규제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별다른 동요없이 기존 호가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잠실 주공 5단지 등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 내 소장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발표를 전후해 매수도·매도자 모두 관망세를 유지하며 특별한 가격 하락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책 발표 전부터 이미 언론을 통해 관련 보도가 쏟아져 나와 시장에 가한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강남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오히려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현재 전용면적 84㎡(34평) 로열층 기준 매매가는 20억4000만원"이라며 "매도자분이 20억원 밑으로는 가격을 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기준 34평 8층이 19억9000만원에 거래된 걸 감안하면 분양가 상한제 이후 시장에서의 호가는 이보다 높게 형성된 모습이다.
이 관계자는 "상한제 발표가 나기 직전 1층이 19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해당 물건은 저층에 급매였다"며 "정부에서 계속 상한제를 발표한다고 시그널을 보내왔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김이 빠질 만큼 빠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용면적 76㎡(34평형), 81㎡(35평형), 82㎡(36평형) 모두 종전 실거래가보다 높은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주공 5단지 물건만 관리한다는 B공인중계사 소장은 "전용면적 76㎡의 경우 15층 기준 매매가가 19억5000만원"이라며 "해당 평형의 직전 최고가가 19억2000만원(7층)이었는데, 가격조정을 붙여본다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토부는 10월 본격적인 규제가 시작되면 일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체 파악하기로는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현재 거래량 자체가 없다"며 "호가의 변동이 실제 거래가격 상승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에서는 정부가 쏟아낸 부동산 규제책이 오히려 시장 참여자들의 내성만 키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C공인중계사 관계자는 "올해 초처럼 드라마틱한 가격 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재건축 가격은 재건축 나름대로 더 견고해졌고, 반사이익으로 신축 아파트 가격만 더 띄운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 심리 관련 지수들도 빠른 속도로 회복하면서 상승세로 전환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행진이 쉽사리 멈춰서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국토연에 따르면 7월 부동산 시장 소비자심리지수는 119.4로 지난 1월 91.8로 바닥을 찍은 뒤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주간 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서도 12일 기준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82.7로 올해 2월25일(37.8) 이후 2배 이상 상승했다.
양지영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향후 부동산 심리는 꺾일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2~3년 후 서울 내 공급이 줄어드는 시점에 수요가 다시 살아난다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재상승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