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선영기자] 글로벌 경제가 금융위기의 파고를 헤치고 출구전략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유럽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출구전략을 화두에 오르게 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그간 출구전략의 국제적 공조를 역설했지만 각국별 상황에 맞게 일부국가들이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을 서두르고 있다.
글로벌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급부상중인 브릭스 국가들이 잇따라 금리인상을 결정하는 등 출구전략에 탄력을 더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빠른 경제회복세에 뒤이은 물가 급등을 막아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호주, 지난해 10월 이후 벌써 네차례 금리 인상
호주는 지난 7일 기준금리를 4.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작년 10월 이후 네 차례나 인상했다.
28일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호주의 올해 1분기 CPI는 전분기 대비 0.9% 상승해 시장 전문가 예상치 0.8% 상승을 웃돌았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2.9% 개선됐다.
중앙은행이 참조하는 두 가지 근원물가 측정치에 따르면 연간 상승률이 평균 3.05%로, 물가안정 목표인 2.5% 수준까지 안정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달 4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해 4.5%로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인도, 두달 연속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한 인도도 지난 20일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했다.
두부리 수바라오 인도 중앙은행(RBI) 총재는 이날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전선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인플레 압력이 확산돼 금리 인상 필요성이 확연해졌다”고 금리 인상 배경을 밝혔다.
◆브라질, 남미에서 첫 금리 인상
브라질 중앙은행도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8.75%에서 0.75%포인트 인상, 9.50%로 상향조정했다. 9개월째 이어지던 저금리 기조에서 탈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남미에서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나라가 됐다.
인플레 기대심리를 낮추겠다는 명백한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중앙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가 정부 목표치인 4.5%보다 1%포인트 높은 5.41%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 말레이시아, 베트남도 금리 인상..캐나다, 중국, 칠레 인상 가능성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앞서 지난달 4일 기준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베트남도 인플레압력이 높아지며 지난해 11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7%에서 8%로 1%포인트 올렸다.
선진 7개국(G7) 중에서는 처음으로 캐나다 중앙은행이 지난 20일에 기준금리를 상반기 중 인상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중국도 CPI가 4월 2.7%에서 오는 6~7월에는 4.5~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PI가 추가 상승한다면 7~8월께 본격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된다.
칠레 역시 지난 2월 리히터 규모 8.9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처음 열린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 우리나라도 금리인상 '저울질'
이처럼 최근 출구전략을 시행했거나 준비 중인 국가들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경제회복세가 빠른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한국 경제는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해도 문제가 없다"고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지난 23일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외 불안요인과 고용부진 등을 고려할 때 아직은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저금리가 지나치게 지속되면 또다른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금리인상이 임박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소지가 있다.
특히 이같은 발언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는 현재 당초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인상을 포함한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시기가 그만큼 가시권내에 들어왔음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