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는 28일 일본이 우리나라의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무시하고 백색국가 배제 조치를 강행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우리 맞대응 카드인 '지소미아 종료'로 인해 한미동맹에 균열이 갈 것이란 전망에 대해선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우려와 달리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음을 언급하며 일축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간 우리 정부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일본이 취한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오늘 부로 우리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했다"면서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일본은 우리가 수출규제 조치를 안보문제인 지소미아와 연계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당초 안보문제와 수출규제 조치를 연계시킨 장본인은 바로 일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소미아는 양국간 고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것으로, 일본의 주장처럼 한일 양국간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된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유지할 명분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의 '지소미아 종료일인 11월까지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 할 수 있다'는 발언을 상기시키고 "공은 일본 측에 넘어가 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듯 일본은 우리가 내민 손을 잡아줄 것을 기대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 차장은 한일 지소미아의 종료로 한미 동맹관계에도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틀린 주장"이라며 "오히려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한미 FTA가 체결되면 감기약이 10만원으로 상승하고, 광우병 소고기가 유통되며, 스크린 쿼터 폐지로 우리 영화산업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큰 전략적 목표를 갖고 당면 현안에 대응하여 결과를 창출해 내는 것이고 우리의 지정학적인 가치와 안보역량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정부 청와대가 이명박정부의 긍정적 선례를 예로 든 건 이례적이다. 당시 진보진영은 광우병에 걸린 미국산 소고기가 유통될 것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김 차장은 또 "미국은 지소미아 유지를 계속해서 희망해 왔기 때문에, 우리의 종료 조치에 대해 '실망'을 표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며 "'실망'은 미국이 동맹국이나 우호국과의 정책적 차이가 있을 때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 동맹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공통의 가치관을 기반으로 지난 66년간 굳건히 뿌리를 내린 거목이다. 한일 지소미아 문제로 인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맞서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추구하는 다자주의가 퇴보하고 있으며, 대신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조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제 4차산업 혁명에 대비한 혁신기술을 확보하고 국방력을 강화해 강한 안보를 구축함으로써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제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이를 위해 국내 산업적 측면에서는 산업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핵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조치와 혁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대폭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우리 기업이 해외 기술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며, 우수한 해외 인력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우리가 핵심 기술에 대한 자립도를 높이지 않으면 언제든지 외부로 인해 우리 경제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안보도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수 없다면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안보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군정찰위성, 경항모 및 차세대잠수함 전력 등 핵심 안보역량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8일 춘추관에서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한국 배제 조치 시행'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