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저가 패션' 이미지를 벗어던진 홈쇼핑 업계가 자체 브랜드로 고급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유명 디자이너와 손잡고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은 물론 해외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 등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굳히고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CJ ENM 오쇼핑 부문이 지난 2015년 론칭한 'VW베라왕'은 대표적인 자체 패션 브랜드의 성공 케이스다. 뉴욕 베라왕과 라이선스 계약으로 출발한 VW베라왕은 꾸준하게 성장했다. 지난 2016년 500억원이 채 되지 않았던 VW베라왕의 주문 금액은 지난해 누적 주문액 980억원까지 성장했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의 누적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높아 연말까지 1000억원 이상의 실적을 낼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롯데홈쇼핑 'LBL'이 선보인 가을 신상품. 사진/롯데홈쇼핑
오쇼핑 부문이 유명 디자이너의 협업으로 프리미엄을 강화했다면 롯데홈쇼핑은 자체 브랜드 제품 소재의 고급화를 통해 자체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롯데홈쇼핑 패션 PB 'LBL'은 100% 캐시미어를 내세워 출발한 브랜드다. 론칭 이후 누적 주문수량이 146만 세트가 넘는다. 이번 F/W(Fall/Winter) 시즌에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원단을 내세웠다.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약 100년의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브랜드로 '제냐'의 원단은 구찌, 톰포드 등 명품 브랜드에서 사용돼 명성이 높다. 롯데홈쇼핑은 1년 전부터 전담팀을 구성해 최고급 소재 발굴, 상품 기획, 생산 등을 준비했다. 제냐와의 첫 미팅을 성사시키는 데만 5개월 이상 소요됐다.
GS 홈쇼핑 역시 이번 시즌 무스탕, 캐시미어, 폭스 혼방사 등 프리미엄 소재에 집중했다. 천연 라쿤털 혼방의 방모 소재, 이탈리아 수입원사, 헝가리 구스 등을 디자인과 접목시킨 '쏘울'의 신상품이 하나의 예다. 지난해 'G패션' 캠페인을 통해 단독 패션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한 GS홈쇼핑은 올해도 프리미엄 브랜드와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저렴한 제품, 즉 가격보다는 소재가 무엇인지를 따지는 경우가 늘어났다"라며 "프리미엄 패션 PB는 수익성에 무게가 있기 보다 업계 별로 단독 브랜드를 강화해 프리미엄 상품을 제공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