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 글로벌 1위 불구 연말까진 '살얼음판'

대규모 프로젝트 깜깜 무소식…현대중·대우조선 목표치 절반도 못넘겨
사우디 유전발 해운업계 악재까지…"내년 발주시장 개선 전망도 어려워"

입력 : 2019-09-1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최근 국내 조선업계가 4개월 연속 글로벌 수주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연말까지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실정이다. 올해가 불과 3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기대했던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사우디 유전이 무인기 공격을 당하면서 해운업계 악재도 겹쳐 내년 발주량 개선 여부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조선업계는 전 세계 발주된 100만CGT(표준화물 환산톤수), 33척 중 71만CGT, 21척을 가져오며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수주량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누계 발주량(1331만CGT)은 중국이 38%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35%의 한국보다 높은 수주량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인 글로벌 발주량은 하락세다. 누계 발주량은 지난해 동기 2321만CGT와 비교하면 43% 가량 일감이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미·중무역전쟁, 한·일 경제 갈등,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발주량이 감소했다는 평가다.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국내 조선업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올해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주목표 달성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절반에도 못미치는 목표 달성률을 보이고 있으며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54%를 채우며 그나마 사정이 낫다. 
 
추가 일감 확보가 절실하지만 올해 안으로 발주가 예상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얼마 없다. 카타르는 내년에나 상반기에나 LNG선 발주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미국 에너지업체 아나다코의 모잠비크(15척) 프로젝트 발주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 에너지기업 노바텍이 자국 조선사 즈베즈다조선에 발주한 15척 규모의 쇄빙LNG선도 국내 조선업계 수주 낭보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즈베즈다조선의 기술파트너사로 선정된 만큼 일감 중 일부분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으나 아직 정식 계약은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전방산업인 해운업계에도 악재가 불어닥쳤다. 지난 14일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아브카이트 석유 탈황시설과 쿠라이스의 유전이 무인기 공격을 당했다. 공격을 받은 두곳은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570만배럴 규모 원유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글로벌 산유량의 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원유 생산량 감소는 곧 유가 급등과 탱커 운임 하락에 탱커 발주량 감소까지 이어질 수 있다. 탱커 시장은 지난해까지 부진을 이어오다, 올해 회복세에 들어섰다. 이러한 가운데 원유 생산 차질로 또 다시 운임 하락이 우려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년 조선업계 발주량 증가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나올만한 대규모 프로젝트는 더이상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내년에는 그나마 탱커 시장이 기대 해볼만하다고 봤으나 갑작스럽게 해운업계에 악재가 터져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컨테이너선은 노후선 대체 수요도 별로 없고 벌크선은 신조 가격이 너무 낮다"라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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