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정부의 방역망이 갈수록 촘촘해지고 대응과 조치의 노하우가 쌓여가면서 가축전염병 발생 일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반면, 농가의 초기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전문가들은 우리의 방역 시스템이 상당 부분 고도화되고 축적된 경험치가 높다고 평가하지만 가축전염병 발생 초기 단계에서 방역 절차를 어기는 농가의 안일한 대처는 아쉽다고 지적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경우는 외부 철새 유입에 따라 바이러스 종류가 제각각인 탓에 방역이 까다로워 현 시스템으로는 확산을 막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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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뉴스토마토>가 농림축산식품부가 제공한 구제역 연도별 발생현황을 분석한 결과, 구제역 피해가 가장 컸던 지난 2014년~2015년(147일) 이후 구제역 발생 일수는 2016년 45일, 2017년 9일, 2018년 7일, 2019년 4일로 감소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제역 발생 일수가 줄어듦에 따라 살처분 농가수도 감소했다. 2014~2015년 살처분 농가는 총 196농가로 돼지, 소, 사슴 등을 포함해 총 17만1128두가 처분됐다. 이후 2016년에는 25농가(돼지 3만3073두), 2017년 21농가(소 1392두), 2018년에는 10농가(돼지 1만1726두)로 줄었다. 다만 올해 발생한 구제역 당시 살처분 농가는 29농가(2272두)로 다소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구제역 발생 원인을 조사중에 있다.
전문가들은 방역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마련된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선우선영 건국대 수의대 겸임교수는 "2010년만 해도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경기도는 70%를 살처분 했다. 그 당시만 해도 현재와 같이 방역 체계가 완성돼 있지 있지 않았기 때문에 초기 방역에 실패하고 구제역이 주변 농가로 빨리 퍼져나갔지만 이후로 정부의 투자도 많이 이뤄지고 방역 훈련도 주기적으로 실시하면서 구제역에 대처하는 노하우가 쌓였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구제역은 1월(28일간), 4월(29일), 11월~2011년 4월까지(145일간) 등 한 해에만 3번 발생했다.
다만 조류인플루엔자(AI)의 경우는 고도화된 방역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발생시 진압이 까다롭다는 평가다. 선우선영 교수는 "AI의 경우 특정 해에는 실제로 철새가 죽는 특이한 바이러스가 출연했던 때가 있었다"며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방역 시스템만으로는 통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AI 연도별 발생현황을 보면, 지난 2014~2015년 A1는 1월(195일), 9월~2015년 6월(260일), 9월~11월(62일) 발생한 이후, 2016~2017년 3월(13일), 11월~2017년 4월(140일), 6월(17일) 발생했다. 또 2017년 1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121일간 지속됐다.
조호성 전북대 수의대 돼지질병학 교수는 "현재 정부가 마련한 우리나라의 가축전염병 긴급행동지침(SOP)은 현장 적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수차례 수정작업을 거친 뒤에 나온 것으로 굉장히 잘 짜여져 있어서 일본, 유럽 등 해외 선진국가가 배워갈 만한 정도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조호성 교수는 "축산국 밑에 있던 방역정책과가 지난 2017년 방역정책국으로 따로 떨어져 나오면서 스탠드스틸(이동중지명령)이나 살처분 정책 등의 신속한 결정이 가능해진 것도 방역의 효율성을 높인 결과"라고 말했다. 2017년 8월 신설돼 올해 9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던 방역정책국은 올해 6월 행정안전부 신설기구 평가 심사위원회 심사에서 정규 직제화됐다.
이처럼 정부가 가축전염병 방역에 사력을 다하는 이유는 전염병 확산이 국민 식량 안보와 국가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오연수 강원대 수의대 교수는 "우리나라 축산업 체계는 수의사법에따라 제1종, 2종, 3종으로 법정 전염병이 관리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축전염병에 대응하는 이유는 전염병 발생시 우리 국민의 경제에 큰 타격을 주거나 무역 자체가 막히기 때문"이라면서 "초기 대응 당시 감염된 동물을 빨리 살처분 하지 않으면 다른 개체에게도 전염되면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기 때문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현덕 신베트수의병원 원장은 "우리나라는 과도하다고 할 정도로 국가에서 방역과 관련된 투자도 많이 하고 관심도 높은 편"이라면서 "농가 모든 출입차량에 대해 무선인식장치(GPS) 달아서 관리하는 나라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시스템 자체는 완벽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문제는 이를 운용하는 사람에 있다. 즉 국가 방역 체계를 따르지 않는 일부 농가들의 안일한 대응이 방역 체계를 무너뜨린 다는 점이다. 오연수 교수는 "정부의 방역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방역 프로토콜이 체계적으로 나와있다. 문제는 이를 간과하고 소홀히 하고 넘어가는 농가의 대응이 방역의 구멍"이라면서 "농장에서 이동시 필수적으로 소독을 해야함에도 번거롭고 귀찮아서 안일하게 대처하는 등 정부가 제공한 메뉴얼 대로 일일히 지키지 않는 게 방역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조호성 교수도 "농가에서 인력 등 문제로 소독을 소홀히 하고 구제역 백신 취급 관리를 꼼꼼하게 못하는 것도 전염병 확산을 초기에 막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경우도 구제역 방역 경험을 토대로 확산 방지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현덕 신베스트수의병원 원장은 "지난 1985년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ASF가 발병했을 당시 정부는 ASF를 해외 악성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그때부터 농가에 영상을 만들어 홍보하는 오래 전부터 ASF 대응에 최선을 다해왔다"면서 "일반 사람은 ASF가 생소해도 농장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전염병"이라고 말했다. 선우선영 교수도 "ASF가 확산된다는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며 "발생 전부터 정부가 미리 준비했고 발생 직후 스탠드스틸을 빨리 발동하는 등 확산 최소화에 신속하게 대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종=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