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캡리포트)한국제지 '기저효과 함정에 빠지다'

입력 : 2010-05-03 오후 5:07:11
[뉴스토마토 권미란기자]
 
1. 판가 “향후 인상폭이 수익성 개선의 열쇠”
 
2. 영업이익률 “올해 5~7% 예상…단기간 내 회복 어렵다
단, 상반기 보다는 하반기 나을 것”
 
3. 펄프가격 “비수기인 2분기내 사상 최고가 전망…급락 가능성 적어”
 
4. PBR “0.3~0.4배 역사적 저점…하방경직성 예상”
 
5. 원화강세수혜주 “업종 내 최고의 원화강세수혜주”
 

앵커 : 오늘 소개해 주실 기업은 한국제지이죠. 스몰캡 리포트를 들여다 보기 전에 취재 결과 가장 먼저 전해줄 소식이 있다구요.
 
기자 : 네, 방송 전에 취재한 결과인데요. 한국제지가 5월 제품가격을 8% 인상했습니다. 지난달보다 더 큰 폭이구요. 수익성 악화에 어느 정도 숨통은 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제지업체들은 펄프가격 급등에 따라 가격 인상을 단행했는데요. 3월 한솔제지가 7~8%, 무림페이퍼가 7.2% 올렸고, 4월 한국제지는 5~6% 올렸습니다. 2분기 내 제품가격 인상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오늘 확인해본 결과 5월 제품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 사실 요즘 제지주들이 들썩였는데 이 종목은 조용한 편이었어요.
 
기자 : 네, 요즘 제지주 가운데 차이나하오란 같은 폐지재생업체나 무림P&P 같은 펄프생산업체, 신대양제지, 아세아제지 등 골판지업체들이 탄력적인 움직임을 보였는데요. 펄프값, 폐지값이 급등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제지는 이와 동떨어져 있습니다. 현재 구간에서는 제지주 가운데 가장 인기가 없는 인쇄용지업체입니다.
한국제지의 리포트 제목을 제가 이렇게 지었습니다. “한국제지, 기저효과의 함정에 빠졌다”입니다.
 
앵커 : 기저효과의 함정이라- 무슨 얘기인지 언뜻 이해되지는 않는데요.
 
기자 : 지난해 제지업계는 사상 최고의 한 해를 맞았습니다. 2008년 바닥을 차고 날아오른 한해였는데요.

그 이유는 펄프가격이 급락했었고, 그동안 제지업계의 구조조정이 끝나면서 수급적으로 공급 과잉 문제가 크게 해소됐구요. 또 판매가격은 2008년 초 연속적인 가격 인상 이후 거의 그대로 유지됐었기 때문인데요. 한국제지도 물론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올해 한국제지는 큰 암초 세가지를 만났습니다. 그래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지난해 대비 올해 실적은 나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그래서 기저효과의 함정에 빠졌다고 표현해봤습니다.

앵커 : 그럼 한국제지, 기업에 대해서 먼저 알아볼까요.
 
기자 : 먼저 제가 한국제지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직접 가지고 나왔는데요.
 
한국제지는 백상지와 아트지 등 인쇄용지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1958년 2월 설립됐고, 1971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습니다. 계열사로는 상장사인 계양전기, 한국팩키지, 해성산업과 비상장사인 우영엔지니어링이 있습니다. 현재 단재완 회장이 각 회사의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고 있는데요, 이들 네 회사는 단 회장의 아버지, 선대회장이 설립했습니다.

한국제지의 강점은 영업외적으로 깨끗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유보율은 지난해 말 기준 1387%구요. 제지업계에서 유일하게 매달 15일경 실적을 발표하고 공시합니다. 회사에 매달 실적을 발표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니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투명 경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분 구조를 보면 단재완 회장이 18.85%를 갖고 있구요. 신영자산운용이 10.42%를 5년 이상 보유중이고, 국민연금도 최근 매물을 내놓긴 했지만 지분이 5% 정도 있습니다. 이렇게 기관 투자자들에게도 장기 투자처로 매력이 있다고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앵커 : 그렇군요. 앞서서 올해 한국제지가 암초 세가지를 만났다고 언급해주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기자 : 네, 암초 세가지는 펄프가격 급등, 내년 무림제지 증설, 제품가격 인상의 어려움입니다.

먼저 펄프가격은 올해 칠레 지진과 경기 회복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폭등했습니다. 칠레산 펄프는 국내 연간 펄프 수입량의 29%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요.

현재 펄프가격 동향을 차트를 통해서 확인해 보시죠. 펄프가격은 지난해 3월 470달러를 저점으로 꾸준히 올라왔습니다. 5월 870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달보다 6% 더 올랐구요. 1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품시장 연구원과 제지업계 관계자들에게 펄프가격 전망을 물어봤는데요. 비수기인 2분기 내에 펄프가격 고점이 나오겠지만, 쉽게 펄프가격 고점을 예측하기 어렵고 또 올해 내 급락할 가능성도 적다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제지도 “펄프가격이 올해 내 급락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구요. 제지업종 연구원의 전망도 들어보시죠.
 
한국제지는 인쇄용지 만드는 사업을 위주로 하고 있고, 인쇄용지의 원재료인 펄프를 100%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어서 인쇄용지 3사 가운데 펄프가격 상승에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앵커 : 내년 무림페이퍼 증설은 왜 변수가 되는 건가요?
 
기자 : 내년 3월 무림페이퍼의 자회사 무림P&P가 42만톤 규모의 펄프-제지 일관화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인데요. 펄프와 제지를 일관화해서 원가경쟁력 있는 종이를 만들고 미국과 유럽 등 수출을 겨냥하겠다는 목표지만, 아무래도 초기 물량 일부는 국내에서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국내 물량이 쏟아지게 되고 국내 인쇄용지 시장이 공급 과잉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 제지업계의 제품가격을 인상 노력도 어려워지게 되는 거죠.
 
앵커 : 이제 제품가격 인상폭이 관건일텐데, 제품가격 인상도 쉽지만은 않다구요.
 
기자 : 제지시장의 45%를 차지하는 인쇄용지와 백판지는 출판과 광고 같은 내수소비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가격을 인상할 때 공정위 등 제재가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 경쟁업체의 눈치를 보게 되는 이유도 있구요. 철강과는 달리 제지는 시장 구조상 펄프가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모두 전가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앵커 : 실적도 짚어주시죠.
 
기자 : 네, 올해 월별 영업이익률은 하락하고 있습니다. 3월까지 실적은 아무래도 제품가격 인상이 없었기 때문에 펄프가격 급등분을 고스란히 떠안았는데요. 1월 7%, 2월 5.4%, 3월 5.5%입니다. 회사 측은 3월의 영업이익률인 5.5% 정도를 올해 내내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올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걸 회사 측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거죠.
 
앵커 : 그럼 한국제지 호재는 없습니까?
 
기자 : 호재는 바로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겁니다. 일단 제품가격 인상이 시작됐고, 펄프가격도 고점을 2분기 내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바로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라는 거구요. 주가도 밸류에이션 하단에 근접한 상황입니다. 한국제지는 역사적으로 PBR 0.3배에서는 하방 경직성을 이뤄왔습니다. 역사적 PBR 밴드를 보면 불황기에 0.3배, 호황기에 0.6배에 가까워집니다. 지금은 0.4배 수준이죠.

올해 내내 한국제지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게 되겠지만 해결의 실마리, 펄프가격 안정이라든지, 제품가격 인상, 같은 해결 포인트 마다 이 역사적 저점이라는 가격 매력이 주가 반등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업종 내 최고의 원화강세 수혜주입니다. 펄프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한국제지는 최악의 시기를 보내는 만큼 역발상의 투자가 가능한 종목이구요. 주가 하방경직성이 강하다는 게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회사 측에 취재해 본 결과 현재의 어려움을 타계하기 위해서 회사의 장기 계획, 큰 그림을 그리고 논의하는 초기 단계라고 하더라구요.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M&A나 신사업 추진 같은 게 될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 기업의 앞으로 움직임도 주목해 볼만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앞으로 취재를 통해서 더 전해 드리겠습니다.
 
 
뉴스토마토 권미란 기자 kmir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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