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변호사의 블록체인 법률이슈 진단)해외 암호화폐 거래·투자 시 유의할 점들

입력 : 2019-10-01 오전 6:00:00
정재욱 변호사
현재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해킹이나 무단출금으로 인한 피해를 배상해달라는 손해배상청구 소송, 거래소 출금 제한 시 암호화폐나 원화 등을 반환해달라는 소송, 암호화폐발행(ICO)·거래소발행(IEO)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지연될 때 그 투자금을 반환해달라는 소송 등과 같은 민사소송이 연이어 제기됐다. 민사소송뿐 아니라 원화(KRW) 허위충전과 같은 사전자기록 위작, 원금보장 내지 확정수익률을 미끼로 한 사기, 유사수신과 조직망을 활용한 다단계까지 각종 형사범죄 및 그에 따른 고소, 고발도 줄을 잇고 있다.
 
이런 분쟁이나 범죄는 국경을 초월해 이뤄지는 경우도 많은데, 한국인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다 해킹이나 무단출금 등의 사고가 발생하고, 해외 ICO·IEO에 참가했다가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 상담과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해외 유수의 거래소, 프로젝트들과 관련한 분쟁도 있는데, 규모나 유명세 때문에 국내 거래소보다 안전하다 생각하고 별 거리낌 없이 이용하거나 투자하는 경우다. 그런데 유사한 사고와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국내가 아닌 해외 거래소나 프로젝트와 관련된 경우, 법적으로 구제받기 상당히 어려운 점이 많다. 투자자와 이용자가 느끼기에는 국내 거래소든 해외 거래소든 상장 종목 등에만 차이가 있고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막상 분쟁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그 차이는 매우 커진다.
 
"준거법과 분쟁해결 방식 확인해야"
 
먼저 해외 거래소와 프로젝트들을 이용하거나 투자하기 전에 준거법과 분쟁해결방식을 꼭 확인해보는 일이 필요하다. 해외 거래소의 이용약관, ICO나 IEO 관련 계약서나 백서에 분쟁 시 현지법 또는 제3국(싱가포르 등)의 법령을 따르고 분쟁 해결도 국제 중재에 의하거나 현지 법원에 의한다고 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민사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국내에서 소제기를 하기 어렵고, 해외에서 현지 법령에 따라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피해금이 상당할 경우에는 해외 로펌을 선임해 사건을 처리하면 되겠지만 피해금이 소액일 경우 해외 로펌 선임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
 
이용약관 등에 별도 조항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는 국제사법 제2조에 따라 국내에서 소송이 가능하다. 그러나 소송이 가능하다고 해도 이용자와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나 프로젝트 주도 법인이나 재단이 어디에 소재하는지, 주소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경우도 상당수 있어 소송의 첫 단계부터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홈페이지에 이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은 이상 주소를 찾기 쉽지 않은데, 여러 방법을 동원해 주소지를 확인한다고 하더라도 소송 서류가 송달되는 것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뿐더러(특히 주소가 몰타, 케이만 군도 등인 경우) 송달 받지 않고 버틴다면 무한정 소송이 길어질 수 있다.
 
영어나 중국어 등 현지 언어로 번역하는 문제도 비용적인 측면에서 실질적 장애요소로 다가온다. 많은 어려움 끝에 승소를 한다 해도 관련 법인이나 개인의 한국 내 자산이 없을 경우 피해를 보전 받는 일이 상당히 까다롭다. 승소판결문을 해외 현지 법원에서 승인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 거래소의 국내 지사나 사무소, 영업소 등이 있는 경우 상당히 수월하게 민사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으므로, 거래소를 이용하기 전에 이런 사항을 충분하게 체크해야 한다.
 
"투자 권유자의 신원, 홍보 내용도 확인"
 
민사소송 등을 제기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형사고소나 고발이 실질적인 피해보전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 형법은 외국인에게도 원칙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해외 거래소의 임직원이나 ICO·IEO 관련자들이 사기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국내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 물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각종 특별법이 역외 적용되는지 여부는 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투자를 진행하기 전에 해외 거래소나 프로젝트와 관련해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의 신원이 어떻게 되는지, 홍보하거나 권유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충분히 확인하고 기록·저장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추후 형사고소나 고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정보들이다. 특히 관련자(투자 권유인, 커뮤니티 관리자 등)가 국내에 있는지, 있다면 상주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등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해외 거래소와 프로젝트 관계자가 국내 상주할 경우 수사나 각종 영장 집행이 쉽겠지만, 해외에 머물면 해외 수사 공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해외 프로젝트 등에 투자할 때 위와 같은 점들을 반드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투자할 때야 기분 좋게 시작하지만 일이 틀어졌을 때 본인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대처에 어려움은 없는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본인이 투자하는 대상은 정확히 어디인지, 이를 관리하는 주체는 누구인지, 주소지는 어떻게 되는지, 계약을 체결한다면 준거법이나 분쟁해결 방법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재욱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한) 주원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주원 IT/블록체인 태스트포스(TF) 팀장을 맡으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핀테크, 해외송금, 국내·외 투자 및 관련 기업형사 사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주원에 합류하기 전까지 국내 대형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SHIN&KIM)에서 근무했다. 아울러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상임이사(교육이사)로 있으면서 대한변호사협회 IT 블록체인 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사단법인 블록체인법학회 발기인 및 학술이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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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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