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동통신 시장에는 여전히 불법 보조금이 살포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5세대(5G) 통신 단말기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판매망에게 일시적으로 과도한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며 불법 보조금 경쟁을 펼치고 있다. 판매장려금은 대리점 및 판매점이 가입자를 유치할 때마다 이통사들로부터 받는 돈이다. 이통사들은 모든 판매 채널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는 공시지원금은 적정 수준을 유지한 채 판매장려금을 많이 지급한다. 유통망은 판매장려금 중 일부를 소비자들의 단말기 대금에서 빼주거나 계약 후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추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진/뉴시스
5G 상용화 초기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고정 고객을 보유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장려금을 활용한 불법보조금 경쟁은 이어지고 있다. 판매장려금은 5G 단말기에 집중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10 5G·갤럭시S10 5G·갤럭시 A90, LG전자의 V50 씽큐 등이다. 가령, SK텔레콤의 5GX 프라임 요금제<월 8만9000원, 데이터 무제한(프로모션)>에 번호이동으로 가입할 경우 30만원의 판매장려금이 지급된다. 가입자가 요금제를 6개월 이상 유지하면 30만원의 장려금이 추가로 제공된다. 유통망은 총 60만원의 장려금을 보조금처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판매장려금의 규모는 시간대별로도 다르게 구두로 전달된다. 또 판매점들이 인근 대리점들에게 돌아가며 개통 기록을 몰아주며 방통위의 단속을 피하기도 한다. 이통사들과 유통망은 지난 6월 시장 혼탁을 방지하기 위해 유통망이 불법 행위를 적발할 경우 신고하고 시정하도록 하는 '이동통신 판매업의 대·중소기업 상생협약'도 맺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유통망 관계자는 "방통위의 조사기간이지만 이통사들은 여전히 차별적 판매장려금을 활용해 불법보조금 경쟁을 펼치며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통사들과 유통망이 오랜 관행에 익숙해져 차별적 지원 행위를 근절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난 9월16일부터 이통 3사와 대리점 및 판매점을 대상으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반 여부에 대해 사실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는 오는 12월15일까지로 예정돼있다. 지난 4월1일부터 8월31일 중에 일어난 휴대폰 가입 관련 영업행위 일체가 조사 대상이다.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부당한 차별적 지원금 또는 지급유도 여부 △단말기 지원금 과다 지급 여부 △특정요금제·부가서비스 의무가입 등 개별약정 유도 여부 △판매점 사전승낙서 게시 여부 △유통망의 신분증 불법 보관 여부 등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