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상승에 갭투자 또 '급증', 강남4구 64% 차지

8월 전체 거래 57.8% 차지, 하반기 전세가 급등 우려

입력 : 2019-10-10 오후 4:18:18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지난 1년간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고강도 대책이 연이어 쏟아냈지만 오히려 시장에 내성만 키우면서 갭투자자들이 시장 참여가 또 다시 늘고 있다. 여기에 그간 주춤했던 서울 전세가도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이른바 임차보증금을 떠안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활개를 치는 모습이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전체 갭투자 비율은 57.8%로 서울 전체 주택매매거래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서울시 25개구 전체)에서는 3억원 이상 주택 매입 시 시·군·구청에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는데, 이때 보증금승계 여부를 통해 갭투자를 파악할 수 있다.
 
올해 3월 46.3%에 불과했던 서울 갭투자 비율은 △4월 47.3% △5월 48.0% △6월 52.9% △7월 52.4% △8월 57.8%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강남 4구의 갭투자 비율은 3월 55.6%에서 8월 63.8%로 늘어 서울 평균 갭투자 비율을 앞질렀다.
 
이처럼 서울 부동산 시장에 갭투자가 살아난 원인은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자금과 전세가 상승세에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광의통화(M2)는 2811조5000억원(평잔·원계열기준)으로 전년동월대비 6.6% 증가했다. M2는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자금을 가리킨다.
 
여기에 가을 이사철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몰린 지역의 전세매물이 귀해지면서 갭투자자들의 시장참여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전세가 상승률을 보인 강서구(0.15%)의 경우 시장에 전세매물이 턱없이 부족하다.
 
대기업 직장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서울 강서구 신방화역 인근 아파트의 전세가는 연초 대비 최소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높아진 실정이다. 인근 공인중개소 소장은 "신방화역 인근에는 마곡엠벨리 3~8단지(4200여세대)가 포진해 있는데, 나온 전세매물이 10개 내외"라며 "전세 문의전화가 와도 매물이 없어 소개를 못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서울 내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나타날 수 있는 전세가 폭등이다. KB부동산의 전국 주간전세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 전세수급 지수는 147.3으로 전세공급이 시장 수요에 못 미치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을 넘을 경우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는 걸 뜻한다. 올해 2월 80대 전세 수급지수를 보이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서울 전세시장은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한 이후 현재까지 계속해서 매물이 줄고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계약갱신 청구권까지 거론되면서 급할 게 없는 집주인들은 최초 계약 시 높은 전세가격을 선호할 수밖에 없어졌다. 
 
반면 정부는 추후 전세가격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라 보고 있다. 앞서 예고한 대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동'단위로 규제하기 때문에 청약 대기 수요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거라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2만4000여가구로 많고, 임대료 상승과 임대기간 제한을 받는 등록 임대주택 비율도 높아 전반적인 전세시장 불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지난 9월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의 한 공인중개소 앞.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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