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여야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해 본격 협상에 나섰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두고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우려하는 공수처의 중립성을 강화한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발의안에도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 국회에는 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권은희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있다. 두 안은 모두 공수처를 설치해 검찰 권력을 분산, 견제하고 고위공직자 비리 행위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공수처장의 임명 방식, 공수처의 기소권한 등에서 차이점이 있다. 백혜련안은 대통령이 인사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공수처장을 임명하도록 해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권한을 가지고 있다. 반면 권은희안은 공수처장 임명에 국회 동의 절차를 명시해 조금 더 중립성을 보장했다. 또한 백혜련안은 공수처가 자체 수사한 사건 중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 기소권을 갖고 나머지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기소권을 갖도록 했지만, 권은희안에는 공수처의 공소 제기 여부를 심의·의결할 기소심의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반적으로 권은희안은 한국당이 우려하는 바를 다소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기본적으로 공수처가 대통령의 하명기관 또는 사정기관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두 안 모두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권은희안에 대해 "기소심의위원회는 일종의 배심원처럼 일반국민들을 뽑아서 기소권을 주자는 것인데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 일각에선 공수처가 설치될 경우 야당 의원들이 공수처의 주 수사타깃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법의 향방을 가늠할 열쇠는 바른당이 쥐고 있다. 민주당도 권은희안을 중심으로 한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B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3+3회동에서 권은희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 설치법이라면 먼저 처리할 수도 있다고 했다"면서 "공수처법에 대해서 바른미래당과 서로 충분히 협의해 합의안을 도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