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교통체증 비켜” ‘하늘을 나는 택시’를 타다

유인드론 2023년 해외 상용화 앞둬, 규제와 사회적합의 과제

입력 : 2019-11-11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박현준 기자] 지난 8일 오전 11시3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역 9번 출구에서 45인승 KT 자율협력주행버스에 올라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사람이 없는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다닌다는데 이날 탄 버스는 자율주행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로 운전자가 탑승해 위험한 상황에 개입할 수 있다. 동승한 KT 관계자는 “버스의 경우 승용차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한다”고 설명했다.
 
버스가 드디어 출발했다. 출발 당시에는 운전자가 운전했으나 곧 “자율주행입니다”라고 외치며 운전대에서 두 손을 놓았다. 이윽고 횡단보도를 앞두고 빨간 불 정지 신호를 인지하는데 성공, 정지선 앞에 버스가 멈췄다. 이어 녹색불로 바뀌자 천천히 출발한 버스는 DMC역~누리꿈스퀘어~MBC~DMC역 코스를 30km/h 이하로 주행한 후 11시44분쯤 다시 출발지에 도착했다.
이날 탑승한 자율주행버스는 아직 레벨3라 운전자가 수시로 주행에 개입해 아직 진정한 자율주행이라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그래도 전방의 정지 신호에도 급하게 멈추는 느낌은 없이 자연스럽게 정지했으며, 미리 정지선에 맞춰 정지해 횡단보도 건너는 사람들도 놀라지 않고 자연스럽게 길을 건넜다. 단조로운 코스 외에 좌회전이나 과속방지턱 등 돌발상황이 가능했다면 보다 자율주행의 특징과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지난 8일 서울 상암동에서 자율주행버스가 달리는 모습. 사진/KT
 
지난 8~9일 상암문화광장 일대에서 열린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에선 자율주행버스 외에도 유인드론, 자율주행 택배로봇 등 다양한 스마트 모빌리티를 체험할 수 있다. 유인드론이란 하늘을 나는 에어 택시를 비롯한 도심 자율비행 공중 모빌리티를 통칭한다. 독일의 볼로콥터는 최근 싱가포르 도심 비행에 성공했으며, 중국의 이항은 오스트리아에서 비행에 성공했다.
 
이날 우버는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 중인 우버 엘리베이트를 축소된 모델 형태로 공개했다. 실물 탑승을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대신 VR로 탑승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 VR 속에서 승객 4인과 조종사 1인이 타는 우버 엘리베이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스카이포트에서 이륙해 10분만에 실리콘밸리로 이동하는 풍광을 사방으로 체험했다. 
 
우버 엘리베이트로 평소 1시간30분에서 2시간은 족히 걸릴 강남~인천공항을 단 8분만에 주파 가능하다. 가격은 25만원 가량으로 미국의 우버블랙 요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우버는 우버 엘리베이트 단일 이용이 아닌 택시,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을 통합한 MASS 교통체계 우버 플랫폼을 이용해 단 한 번의 계산으로 목적지까지 이용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MASS를 우버 역시 이미 개발 중인 셈이다. 이날 우버는 한국시장 진출 의사도 밝혔다. 
 
중국의 이항과 독일의 볼로콥터는 비록 이륙은 아니지만 실물 모델 이항216과 볼로콥터의 드론택시 2X를 탑승해볼 수 있다. 좌석은 다소 비좁은 느낌으로 기존 헬리콥터 좌석과 비슷해 택시처럼 편안한 승차감을 주진 못했다. 이항의 경우 별도의 운전사가 없는 무인운전으로 승객 2인까지 탑승 가능하다. 전면부에 성인남성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에 화면이 존재해 운행정보 등을 제공한다. 이항은 2023년 중국 광저우에서 상용화 계획이다.
 
지난 8일 서울 상암동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에서 중국의 유인드론 이항 216을 탑승하는 모습. 사진/박용준기자
 
볼로콥터의 드론택시는 로터가 18개로 이항216의 8개보다 많고 연속 비행시간도 최대 40분으로 이항216보다 길다. 다만, 드론택시 2X는 운전사가 동석해야 하며, 두 모델 모두 전기를 사용해 짧은 비행시간 대비 긴 충전시간은 과제로 남아있다. 현장에서도 타 본 유인드론은 최고속도나 운행거리 등의 비행기술은 대동소이하지만, 결국 소음과 배터리 등 이용자 편의성과 사이버 보안 등의 안전문제가 관건이다.
 
 
유인드론을 탄 박원순 서울시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에서 서울선언문을 채택하며 스마트 모빌리티를 이용한 이동의 자유가 머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다만, 서울선언문에도 담았듯이 섣부른 상용화보다는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뒷받침으로 인간의 소외 없이 기존 대중교통과의 연결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중앙정부와의 규제문제가 해결되고 사회적 합의만 된다면 내년부터라도 공관에서 시청까지 유인드론으로 출근하고 싶다”면서도 “빠른 도입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긴급 환자를 외상센터로 이동시키는 응급헬기의 대안으로 유인드론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상암동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에서 VR로 우버 엘리베이트를 체험하는 모습.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박현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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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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