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가정주부 A씨(52세)는 지난해 쪼그려 앉은 채 장시간 김장을 한 뒤 엉덩이와 골반 부근 관절에 뻐근한 통증을 느꼈다. 일시적으로 저린 것이라고 생각해 휴식을 취했지만 양반다리를 할 때나 차를 탈 때 '억' 하는 통증이 지속돼 병원을 찾아 '고관절 충돌 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다가오는 김장철 쪼그려 앉지 않고 서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약 9200명에 불과했던 고관절 질환 환자는 5년 후인 2017년 2만7500명으로 증가했다. 비교적 짧은 기간 내 발병률이 3배 가까이 뛴 셈이다. 면역력과 회복력이 급감하는 갱년기를 맞고 있는 50대 이상의 여성들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고관절 충돌 증후군이란 고관절을 이루는 대퇴 골두 부위와 골반 사이에서 연부 조직이 끼어 움직임에 제한을 초래하면서 동시에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골반과 엉덩이 부근이 저릿저릿하고 아파온다면 고관절 충돌 증후군을 의심해 볼만 하다.
고관절 충돌 증후군은 특히 김장철이 되면 주부들에게 자주 보이는 질환으로 꼽힌다. 평소 청소나 빨래 등 집안일로 쪼그려 앉는 자세가 많았던 탓에 무리가 많은 상황에서 무거운 배추를 절이고, 절임 배추에 양념을 바르는 등 김장하면서 오래 쪼그려 앉은 자세가 질환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적의 김장 시기는 서울은 11월29일이었고, 가장 위쪽에 위치한 춘천의 경우 11월17일로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시기에 김장철이 진행 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김장에 참여하는 이들의 고관절과 골반 건강에 주의가 필요하다.
김장철 이후 내원하는 가정주부 환자가 많다는 것은 가사 노동이 매우 무리가 되는 작업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가사 노동 가운데서도 '김장 후유증'이란 말이 존재할 정도로 높은 노동 강도를 보이는 김장의 경우 가정주부 한 사람의 일로 생각하기보다는 온 가족이 가사에 함께 참여할 필요가 있다. 국내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주부 10명 중 6명이 김장 대신 포장김치를 구입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노동 강도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고관절 충돌 증후군이 발병하면 양반다리 등의 허벅지를 벌리는 자세에서 저릿한 통증이 생기고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극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또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안쪽으로 돌릴 때 찌릿하게 아프다. 해당 증상이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가 진찰받는 것이 좋다. 고관절 증후군 환자는 치료 이후 좌식보다 입식으로 생활 패턴을 바꾸고, 재발 방지를 위해 고관절 근육을 강화하는 스트레칭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것이 좋다.
임상윤 동탄시티병원 척추센터 원장은 "다리를 뒤틀거나 쪼그려 앉는 등 고관절에 무리를 주는 자세가 병을 악화시킬 수 있기에 김장철 이후 병원을 찾는 여성들이 많은 편"이라며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약물이나 운동 치료, 자세 교정 등의 가벼운 치료로도 회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방치하게 될 경우 연골이 계속 마모돼 조금만 걸어도 통증이 발생하고 심할 경우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과가 악화되면 내시경 수술을 통해 치료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통증이 나타나는 즉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봉사자들이 지난 8일 서울 강북구 강북구청 광장에서 열린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에서 김치를 담그고 있다. 사진/강북구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