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잡학사전)잠이 두려워지는 가위눌림, 정체는 '수면마비'

수면 도중 또는 직후 골격근 마비 현상…대부분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교정 가능

입력 : 2019-10-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흔히 '가위눌림'이라고 일컫는 수면장애 증상은 의학적인 용어로 '수면마비'라고 표현한다. 수면마비는 수면시작 혹은 수면 말미, 꿈꾸는 수면(REM sleep) 직후 등에 골격근의 마비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수면마비의 시작은 급격히 시작돼 1~4분 정도 지속하고 급격히 또는 서서히 끝나게 되는데 이때 어떤 소리를 듣거나 신체를 누군가 만지면 이러한 현상에서 쉽게 벗어나게 된다.
 
렘수면, 즉 꿈꾸는 수면 단계에서 머리는 꿈을 꾸되 그 내용이 행동으로 나타나지는 못 하도록 호흡이나 생명에 필수적인 기관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근육을 마비시킨다. 정상적인 수면에서는 렘수면에서 빠져나와 비렘수면(non-REM sleep) 단계로 갔다가 깨어나게 돼 수면마비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렘수면에서 바로 각성이 되는 경우에는 깨어있거나 반쯤 깨어있는 상태에서 움직이지 못하며 움직이려고 애를 쓰고, 질식감을 느끼거나 환각을 경험하게 되는 수면마비 현상을 겪게 된다. 일반적으로 '가위에 눌렸다'고 표현하는 증상이다. 이 때 골격근은 마비가 돼도 눈의 근육과 호흡근육은 보존돼 움직이려고 애를 쓸 때 심한 눈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수면마비는 수면부족, 불규칙한 생활리듬, 과도한 음주, 수면제 등의 약물 과다 복용 등의 원인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으며 스트레스, 강한 시청각적 자극 등도 유발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아침에 잠에서 깰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수면마비 현상은 렘수면 시 운동근육의 마비를 조절하는 기전의 미세구조 변화나 신경면역학적 기능부전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다른 장애와 관련되지 않고 다른 증상과 동반되지 않으면서 일시적인 경우가 많은데 전체 인구의 15~40%, 특히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겪기 쉽다. 평생 한번 또는 여러 차례 겪는 경우가 많으며, 만성화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편이다. 유전적으로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진 수면마비로는 가족형 수면마비와 기면병으로 인해 나타나는 수면마비가 있다. 다만 가족형 수면마비는 단 몇 개의 사례만 보고될 정도로 매우 적은 편이다.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수면마비의 경우 기면병의 하나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수면마비를 의심해볼 수 있다. 기면병이란 뇌하수체의 하이포크레틴이라는 물질의 부족으로 인해 수면~각성기전의 기능부전이 나타나게 되며, 주간의 졸림과 비정상적인 렘(REM) 수면의 발현으로 인해 나타나는 탈력발작과 수면마비, 수면이 시작되거나 끝날 때 나타나는 환각 등의 증상으로 표현되는 신경학적 장애다. 대략 기면병 환자의 20~40%에서 수면마비를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형과 기면병 수면마비은 일반적인 수면마비와는 다르게 수면의 시작 부분에서 가위눌림을 경험하는 수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가족형의 경우 기면병과 공통되는 병리적 과정을 갖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가족형과 기면병에 수반된 경우에는 수면마비 증상이 만성화 경과를 밟게 된다.
 
일반적으로 수면마비 관리는 전문 치료가 크게 필요하지는 않다. 귀신같은 물체를 보거나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 놀란 기분이 오래 갈 수도 있으나 대개 일시적이며 별다른 후유증 없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수면마비로 인해 공포스러운 경험을 한 경우에 꿈이 각성상태까지 잠시 연장돼 나타난 것이므로 의미 부여를 하지 말고 공포감에 젖을 필요는 없다.
 
윤호경 고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슈는 "여러 형태의 수면마비 모두 불규칙한 수면 습관, 수면부족, 잦은 음주, 시차여행과 같은 수면~각성 주기의 교란을 일으키는 상태에서 쉽게 유발되기 때문에 생활습관 교정과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하지만 만성화되는 경우와 가족형 및 기면병에서 나타나는 수면마비의 경우는 렘수면 단계에 작용하는 약물을 사용해 치료를 하거나 심리적 문제를 다루는 정신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수면시작 혹은 수면 말미, 렘 수면 직후 등에 골격근의 마비가 나타나는 현상을 흔히 '가위에 눌렸다'고 표현하지만 이는 수면마비라는 의학적 증상이다. 사진/고대 안산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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