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로 승부 거는 네이버·카카오

자국시장 지배력 공고히…글로벌 경쟁력은 글쎄?

입력 : 2019-11-19 오후 6:08:40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몸집을 키우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합병과 전략적 제휴 등 경쟁사들과의 협력도 강화하는 중이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소프트뱅크 계열사 Z홀딩스는 지난 18일 양사 합병에 대한 기본 합의서를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이데자와 다카시 라인 사장과 카와베 겐타로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경영통합을 통해 일본을 넘어 아시아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인공지능(AI) 기술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합병으로 일본 내 플랫폼과 핀테크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 사업까지 큰 시너지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라인은 월간 실사용자(MAU) 8200만명을 보유한 일본 최대 모바일 플랫폼이고, 야후재팬 역시 일본 최대 포털로 이용자가 5000여만명에 달한다. 1억명이 넘는 메가 플랫폼 사업자로 검색과 메신자, 간편결제, 전자상거래 등의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할 여건을 마련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사장(오른쪽)과 가와베 겐타로 Z홀딩스 사장이 지난 18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사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테레비 도쿄 뉴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사진/뉴시스
 
그동안 라인과 야후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계속해왔다. 더구나 야후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라쿠텐과 아마존재팬에 밀리고, 라인도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기 힘들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 라인과 야후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야후가 운영하는 페이페이는 2000억원, 라인페이는 1500여억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라며 "이번 합병은 시장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살깍기식 경쟁을 접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국내 대표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와 1위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의 전략적 제휴도 닮은꼴이란 평가다. 지난달 카카오와 SK텔레콤은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카카오는 4400만 MAU, SK텔레콤은 31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두 기업은 음원 플랫폼과 AI스피커, 모빌리티까지 서비스 경쟁이 치열했지만, 향후 주요 사업은 물론 연구개발(R&D) 분야까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오른쪽)와 SK텔레콤 유영상 사업부장이 지난달 28일 미래 IT분야에서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사진/SK텔레콤
 
최근 IT기업들의 대규모 합병과 전략적 제휴에는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로 대변되는 글로벌 IT기업들의 공세가 배경으로 꼽힌다. 이데자와 라인 사장은 야후재팬과의 합병 과정을 설명하면서 "미국의 GAFA, 중국의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존재가 합병을 결정하게 된 주요한 배경"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와 SK텔레콤 역시 넷플릭스와 구글, 아마존 등 국내 시장을 침투하는 글로벌 공룡들에 맞서기 위해 공동의 사업 기반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위 교수는 "라인-야후 합병은 1억명이 넘는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플랫폼 사업에서 독점적인 지배력을 가질 것"이라며 "자국 시장에서 IT기업, 특히 플랫폼 사업자의 규모의 경제를 위한 합종연횡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자국 시장에서의 독점력과 글로벌 경쟁력은 다르다는 지적이다. 위 교수는 "글로벌 IT공룡에 대응하는 글로벌 경쟁력이 명분으로 내세워지지만, 이들 동맹체가 자국의 독점적인 지배력을 넘어서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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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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