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문식 기자] 경기도와 인천시가 서울시에 이어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돼 독자적인 대북 인도적지원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시·도는 21일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됐음을 발표하며 현재까지 준비한 독자적 남북 교류 협력 사업 추진에 힘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도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인 대북지원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통일부 측에 고시를 개정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이에 통일부는 지난달 22일 ‘인도적 대북지원 사업 및 협력 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을 개정, 지자체도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받는 길을 열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박남춘 인천시장이 경기도청에서 지난 9월25일 열린 ‘공정사회·자원순환 일류도시를 위한 인천광역시장-경기도지사 공동 발표문’에 서명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경기도
도는 기존에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을 진행할 경우 반드시 민간단체를 통해야만 했지만, 이번 지정에 따라 직접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면서 ‘경기도형 대북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는 지난해 추경 예산을 통해 남북교류협력기금을 200억원으로 확충하고, 올해도 기금을 추가했다. 내년도 예산은 도를 평화와 번영의 중심으로 조성하는 사업에 101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도는 현재 러시아에서 농업협력콘퍼런스를 여는 등 제3국을 통한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도는 남북 교착 국면에서 △북한 어린이 영양식 지원 △양묘장 △장애인 보장구 지원 △다제내성결핵환자 지원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 예방 등에 대한 교류 협력 사업을 꾸준히 추진했다. 도는 이번 대북지원사업자 지정을 계기로 독자적인 대북 협의채널을 통해 새로운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을 적극 발굴해 나가는 한편, 기존 사업들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지사는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할 평화의 길을 가장 먼저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경기도의 역할’이라는 기조를 강조한 바 있다. 권승근 도 평화기반조성과장은 “그동안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대북지원사업자’ 지위가 없어 한계가 뚜렷했다”며 “이제 독자적 사업 추진이 가능한 만큼 이 지사의 정책의지를 바탕으로 활발한 사업 추진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원회관에서 지난 5월1일 열린 ‘남북 교류 협력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인천시도 통일부로부터 대북지원사업자 승인을 받고 교류 협력 추진에 활기를 띠고 있다. 시는 이번 승인이 독자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했다.
시는 민간단체 등에 위탁으로 진행해왔던 기존의 방식과 함께 시 자체적으로 북과의 직접 접촉을 통한 대북지원이 가능하게 돼 보다 신속하고 탄력성 있는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의 내년 대북 지원 관련 예산은 남북교류협력 기금 중에서 인도적 지원 분야 5억원과 사회문화교류 분야 5억원, 경제 협력 분야 2억원으로 책정됐다. 기금 사업은 남북 관계 흐름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용헌 시 남북교류협력담당관실 과장은 “인천시는 대북지원사업자로서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인천형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독자적인 대북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관계 유지를 도모하는 동시에 남북 관계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해 남동구 건설기술교육원에서 열린 ‘2018 남북어울림한마당’에서 내빈들과 지구본에 무궁화를 다는 통일기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인천시
조문식·정등용 기자 journalm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