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사회복지시설들이 시설 공사에 대한 전문성 부족 때문에 1억원 넘는 비용을 낭비한 것으로 집계됐다.
25일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장애인 및 노숙인 복지시설 기능보강사업 안전관리실태'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자치구 발주 대상 복지시설 공사의 대부분이 해당 시설들에서 발주됐다.
서울시 내부 지침은 자치구가 시립·구립, 법인 직영 등 보조금 지원 대상 사회복지시설의 총공사비 1억원 이상 개보수 사업을 직접 발주하도록 하고 있다. 예외 사유가 생기면 사회복지시설에서 직접 발주하도록 한다.
하지만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당 공사 11개 중 10개가 시설의 직접 발주로 이뤄졌다. 이 중 7건의 공사에서 설계 도서 작성 누락,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미계상, 공사비 과다계상, 설계변경 정산 미이행 등 문제가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 문제 공사 7개 모두에서 과다 지급 등 지출 낭비가 이뤄져 총 낭비액이 1억1000만원에 육박했다.
1억원 이상 공사 설계 및 시공, 감독업무 미흡에 따른 지적사항. 자료/서울시
안전을 도외시한 경우도 있었다. 구로구에 있는 A일터는 장애인보호작업장으로서 장애인의 재활을 위해 카페와 제과제빵작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노유자시설이기 때문에 간이소화용구 및 간이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했어야 했으나, A일터는 카페·제과제빵작업장을 영업 신고 및 등록하려는 목적으로 근린생활시설로 건축신고해 법적 의무를 피해갔다. 또 설계에 포함된 자동확산식 소화기 4개 중 3개가 설치되지 않기도 했다.
아울러 A일터는 물량 과다 설계로 389만원을 과다 지급하고, 변경 시공에 대한 설계 변경을 이행하지 않아 780만원 가량을 과다 지급했다.
감사위와 함께 활동한 공익감사단에서는 "신체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게 노유자시설인데 용도 변경하는 것은 법적 보호가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구로구 A일터의 자동확산식 소화기 미설치 현황. 사진/서울시
이에 감사위는 사회복지시설 발주에 따른 문제점 해소를 위해 자치구의 계약심사를 받는 방안 등 설계 오류를 최소화하고, 시설 공사담당자의 전문성 부족 보완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전문가인 자치구나 복지시설 기능보강사업 담당자가 설계 및 공사감독 업무를 하며 감사 지적 사항이 반복적으로 생기고 있기 때문에, ‘찾아가는 원가계산 실무교육’ 및 ‘설계변경 및 정산업무 교육’ 등 공사 업무 수행관련 교육을 필히 이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복지 담당 부서에 통보했다.
자치구 및 복지시설에서 발주해야 하는 공사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일정 금액 이상 복지시설에서 발주하는 공사는 계약심사 또는 전문가 검토를 반드시 받도록 하라는 통보도 있었다. 예를 들어, 노원구는 아스콘포장 및 정화조 이설공사에서 감사 지적받은 이후 계약심사를 의뢰해 설계금액의 10.22%인 1273만원을 절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복지 담당 부서는 지난 5월28일 관계자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회복지시설 기능보강사업 TF회의’ 등 검토를 거쳤다. 이후, 담당 인력이 부족한 자치구가 공사를 발주하면 시설의 요구 사항이 시기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어 복지시설로 발주 기관을 이관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복지재단 관련 인력의 충원 및 교육 강화, 사회복지시설 기능보강사업 업무 매뉴얼 제작, 사회복지시설 담당자 실무교육 강화 및 외부 전문가 지원, 자치구에 공사 관리감독 권한 부여 등을 통해 설계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부서 관계자는 "복재재단의 타당성 검토 등 인력을 1명 증원했고, 앞으로 계약직 포함 2명을 더 증원할 예정"이라며 "필요하면 더 늘리겠다"고 말했다.
25일 서울시청 본관 접수대 모습.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