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강남구와 송파구 등 서울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급매물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다주택자들이 절세와 차익실현 등을 위해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끝내겠다고 하고, 보유세 인상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면서 일부 물건이 나오는 겁니다. 강남구 소재 개포래미안포레스트 등 아파트 급매물은 가격이 이전보다 2억~3억원 내렸습니다. 송파구 소재 헬리오시티의 경우 급매물의 가격 하락 폭이 1억원 정도였습니다. 다만 거래 자체는 활발하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토지거래허가 절차에 세입자 계약 기간 맞추기 등 다양한 변수가 얽혀 있어서 매도와 매수가 모두 쉽지 않은 겁니다.
3일 오후 개포래미안포레스트 근처 A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급매 29.5억'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숫자 '29.8'을 지우고 '29.5'를 쓴 흔적이 남은 상태였습니다. 집주인이 이전 가격보다 낮춰서 매물을 내놓다 못해, 추가 호가 하락까지 감수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안내문에는 '~5.9 잔금/계약'이라는 문구도 있었습니다.
3일 서울 강남구 개포래미안포레스트 근처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유리창에 급매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에 대해 이 중개업소 관계자는 <뉴스토마토> 취재진에게 "원래 이 물건 가격은 31억원 정도였다"며 "그런데 정부가 '오는 5월9일까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꼭 매도해야 하기 때문에 잔금 날짜를 5월9일까지는 맞춰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매물 중에는 기존 가격 31억원 그대로 머문 주택도 있기는 하다"면서도 "그 주택의 경우 임차인의 임차 계약 만기가 다가오기 때문에 금액이 조금 조율 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
개포래미안포레스트의 급매 사례는 비교적 소수 포착되는 양상이었습니다. 중개업소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보유세를 1년에 1억원 이상 부담할 수 있을 경우 감수할 수 있는 아파트 가격 하락 폭이 1채당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부담이 어려운 집주인은 2억~3억원 싼 매물을 내놓게 된다는 겁니다. B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시세보다 2억~3억원 정도 싼 급매가 좀 나오려고 하기는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기존에는 공급면적 기준 25평형과 26평형의 호가 범위가 28억~31억원이었고 30억원 이상은 잘 거래가 안되는 양상이었는데, 최근에는 매물 26억원짜리가 나왔다"며 "개포래미안포레스트뿐 아니라 근처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역시 시세보다 2억5000만원 싼 물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슈가 있는 데다, 보유세가 더 무거워진다고 하니까 그 불안감에 물건을 내놓는 분도 있다"며 "연세 드신 분들은 (세금) 1000만~2000만원도 굉장히 부담된다. 집이 두 채 정도 있는 경우는 빨리 정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억~3억원 하락 폭보다 더 크게 하락한 주택도 있었습니다. C중개업소 관계자는 "공급평형 38평형 가격이 기존 47억원에서 42억5000만원이 된 사례도 있다"며 "하지만 급매가 아주 많다고 할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3일 서울시 강남구 개포래미안포레스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헬리오시티의 경우 세대수가 비교적 많은 공급면적 33평형을 중심으로 한두달 전보다 1억원 하락한 매물들이 일부 나오는 양상입니다. D 중개업소 관계자는 "33평형 아파트는 32억원에서 1억원 정도 가격을 낮췄지만, 매수자들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세입자가 있는 매물은 거래가 제한적인데 설 연휴 이후 일부 조정 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3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이전보다 가격을 낮춰도 다주택자의 거래가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수개월 내에 토지거래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세입자의 계약 기간을 맞춰서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 등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E 중개업소 관계자는 "여러 평형대들의 가격은 낮아졌지만 토지거래허가 요청도 하고 해야 해서, 당사자들이 실제 계약까지 결정은 못하고 있다"며 "또 세입자가 껴 있는 물건은 팔 수가 없기 때문에 5월9일까지 실제로 매매가 이뤄지지 않을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 매물은 지난달 23일 5만6219채에서 이날 5만7850채로 2.90%(1631채)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7585채에서 8098채로 6.76%(513채), 송파구는 3526채에서 3896채로 10.49%(370채) 늘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