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학교 주차장을 일반 시민에게 개방하려는 제도적 시도가 안전을 염려하는 교육계 반발로 인해 일단 저지됐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발의한 '주차장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해당 안은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자치단체장이 주차난 해소를 목적으로 공공기관과 국공립학교 등 부설주차장을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개방주차장으로 지정할 수 있는 내용이다. 기초단체장은 시설물 관리자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데, 관리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따라야 한다. 개방주차장 지정 절차, 개방시간, 손해배상책임 사항 등은 기초단체 조례로 정한다.
내용이 알려지자 일선 현장에서는 반발이 일어났다. 스쿨존에서 규정 속도를 지키는 차량이 드물 정도인데 함부로 개방하면 아이들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A초등학교 관리직은 "일반인들이 정해진 주차 시간을 잘 지키지도 않는 걸 봐왔고, 접촉사고 등이 늘어날 게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이미 주차장을 개방한 학교들도 있지만, 주차장 주출입구가 등교 동선과 아예 다르거나, 학교가 지역 정치권과 관련이 깊거나 할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치단체장은 교육 목적만 염두에 두는 게 아니다"라며 "학교마다 다른 상황을 감안하면 교육 목적을 염두에 둔 학교장에게 개방 권한을 맡기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초중등교육법은 학교장이나 시도 교육청에게 학교 시설의 개방 권한을 맡겼지만, 이번 개정안은 자치단체장에게 맡겨서 법률 충돌 논란이 일어났다. 권한은 자치단체에게 주고, 책임은 학교에 떠넘긴다는 인식이 퍼지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및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 단체들까지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은 스쿨존 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민식이법'과 주차장법 개정안이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유휴시간에 개방하라는 게 법안 취지라지만, 학생은 토요일에도 학교에 오는 경우가 있다"며 "꼭 차량 문제가 아니더라도, 학교와 학부모가 안전에 예민해진 상황에서 외부인이 들어오는 건 또다른 우려를 낳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안이 지난 2월21일에 발의됐는데 최근 본회의 즈음에서야 알려졌다는 점도 교육계에서는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법안이 제출된 이후 심사진행단계를 보면, 국토위 검토보고서와 심사보고서 작성 단계, 국토위 소위와 전체회의 등에서 학교 현장 안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부정주차에 대한 조치 필요성만 제기되다시피해서, 관련 조치를 새롭게 삽입한 정도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자구를 간단명료하게 바꾸라는 보고서만 냈다.
결국 교육계 반발로 본회의가 막혀 박 의원실에서는 이후 행보를 고민 중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관련 상임위 심사 등 절차적으로 의견 수렴 절차는 있었다고 보이나, 부족하다는 지적을 인지하고 있다"며 "대응 방안을 신중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한 초등학교에 차량들이 주차해있다. 기사에 인용된 학교와 관련없음.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