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김진국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원장 "AI 활용한 '객관적'으로 좋은 병원 만들 것"

선진 의료진도 배우러 오는 빅데이터 활용 AI 시력교정진단 시스템 개발
"AI구동병원으로 환자·의료진 모두 만족할 토털 의료서비스 구축 목표"

입력 : 2019-11-28 오후 2:21:53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4차 산업시대 도래와 함께 인공지능(AI)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대세로 떠올랐다. 전통 제조업은 물론 국가 신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도 신약 개발을 위해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의료계 역시 마찬가지다.지난 1994년 개원한 이래 25년간 시력교정술 분야에서 약 42만안의 누적 수술을 진행하며 국내 단일 안과로는 최대 규모를 구축하고 있는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AI를 활용한 시력교정진단 프로그램을 연동시켜 화제를 모았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시력교정협회인 RSA 컨퍼런스를 아시아 최초로 개최하며 선진 의료국가로 가는 또 하나의 길도 열었다. <뉴스토마토>는 김진국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 원장을 만나 AI의 안과 분야 접목과 시력교정술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안과에선 처음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력교정 관련 시스템을 개발했다. 개발 배경과 해당 시스템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개원 이후 시력교정술을 전문으로 25년여간 진행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의사의 주관적 판단 등에 의해 고객의 눈에 적합한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시력교정술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많이 알려진 라식과 라섹을 비롯해 렌즈삽입술 등 환자의 눈마다 적합한 수술은 저마다 다르다. 때문에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의 눈에 가장 적합한 수술법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런 고민에서 시작해 고안한 것이 20만명 이상의 환자 수술 경험이 있는 자체 보유 데이터를 빅데이터화 하는 것이다.
 
축적된 수술 42만안의 케이스를 바탕으로 쌓인 빅데이터를 활용해 AI가 머신러닝을 통해 환자의 상태나 수술 방법 등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는 식이다. 기존에는 60여가지의 검사결과와 의료진의 판단에 의해 수술방법이 정해졌던 반면, 수술 가능 여부부터 시작해 각막 상태 분석, 각막 절삭이 필요하다면 적절한 절삭량, 수술별 교정시력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시력교정술은 맞춤수술이 중요하다. 맞춤형 교정술을 받게 되면 시력의 선명도나 눈의 부심 정도가 적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렌즈삽입술의 경우 렌즈사이즈 예측이 중요한데 장비를 제공하는 회사의 공식을 적용하면 25%의 적합도가 도출된다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시력교정예측시스템을 활용하면 98%의 정확도로 예측 가능하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최근 평균 수명 80이 훌쩍 넘으며 고령화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노령인구 안질환인 황반변성과 백내장, 녹내장의 인공지능 예측을 위한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국내 최초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SCI 급 국제 학술지 네이처 디지털 메디슨(Nature digital medicine)에 ‘레이저 굴절교정수술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머신러닝 시스템 구현’을 주제로 논문을 등재했다. 또한, 세계적 유명 학술지인 'TVST(Translational Vision Science & Technology)' 내년 1월호에 인공지능 관련 특집에서 병원 AI시스템을 소개할 예정이다. 1년 반에 걸쳐 인공지능 관련 논문을 공고했는데 우리가 선정되면서 해당 분야에선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김진국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 원장. 사진/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AI 시력교정진단 시스템 외에 인공지능 관련해 준비하고 있는 중장기적 계획이 있다면
 
-현재 병원은 3테라바이트(TB)급 데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시안 관련 데이터가 주를 이루며 코카시안 데이터도 1000명 이상이지만 너무 적다. 결국 아시안과 코카시안 등 동서양을 망라하는 데이터 확보가 목표다. 편중된 지역이나 인종이 아닌 글로벌하게 사용가능 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때문에 유럽과 동남아, 미주, 두바이 등의 데이터 확보를 위한 준비 중에 있다. 
 
사람의 눈 하나당 입력되는 이미지만 70개다. 눈은 두 개이기에 140장의 사진이 존재하는 셈인데 정밀검사 결과로 얻은 70가지의 이미지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몇 가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많은 검사를 통해서 쌓인 이미지를 데이터로 변환해 머신러닝으로 분석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변수를 찾아내고 이를 학습해 모든 변수를 계산하고 의사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진출을 위해 관련 특허들도 획득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향후 의료계에서 AI(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비앤빛 안과에서는 카이스트 등 국내 유수의 AI 연구진과 함께 연구하고 토론해왔으며, 이를 토대로 의료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안과분야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AI 리포트’ 출간을 앞두고 있다.  
 
최근 의료계에서 음성인식 전자의무기록이라든지 위내시경 자동판독 등 AI를 활용한 기술들을 속속 도입 중이다. 결국 병원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수준까지 도달할 거라고 보는지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AI가 의사를 도와주는 것이지 없애진 못한다는 점이다. 다만 AI를 활용하는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와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시력교정전문의라는 숙련된 의사를 육성하기 위해선 최소 5~6년 정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바로 10년차의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셈이다. 해당 데이터를 활용해 의사들이 숙달된 전문의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실수들을 지적해 줄 수 있다.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잘못된 진료와 결과 부정적 결과 도출 확률을 줄여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당연히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의 질은 개선될 수밖에 없다. 
 
또 AI는 결국 증강현실(AR)과 같이 가야한다. AI가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길잡이 역할을 한다면 AR기술을 활용하면 가상현실 속 수술을 해봄으로써 의사가 실제로 경험까지 축적할 수 있다. 이미 프랑스의 한 벤처회사가 백내장 수술과 관련된 기본 골격 제작을 완료해 시전자가 사용하면 실제 눈과 같은 촉감을 줄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안과전문의가 가상 연습을 통해 실제 환자에게 안전한 수술을 제공하기 위한 숙달속도가 빨라지고 이로 인해 의료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AI 역시 단순히 길만 제시하는 것이 아닌 판단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할 것이다. 이미 1년 전에 병원에서 연구 인력들이 관련 개발을 시작했고, AI가 직접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에게 근거가 있는 판단을 조언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 7일 아시아 최초로 주관한 세계시력교정협회(RSA) 역시 AI 관련성과가 기반이 됐다. 어떤 행사였는지
 
RSA는 '시력 교정 수술의 글로벌 확장'이라는 목표를 내세운 안과전문의 협회로 현재 16개국 307명의 정회원을 두고 있다. 매년 심포지움을 개최하거나 다국적 의료시스템 학습을 위한 컨퍼런스를 열어 각 회원들의 병원을 방문하는 자리를 가져 의료와 병원 운영 시스템을 학습하는 시간을 가지는 식으로 운영된다. 이번에 병원 주관한 컨퍼런스는 미국을 포함한 해외의 대표적인 시력교정전문의가 비앤빛에서 교육받는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의료 기술 교류를 포함해 각 3개의 센터(검사·수술·백내장)로 세분화된 전문 인력간의 효율적인 고객케어 시스템, 무선인식 데이터망 연계를 통한 고객 정보 관리, 42만안의 빅데이터가 학습된 비앤빛 인공지능을 트레이닝이 주를 이뤘다.
 
RSA의 설립자인 Dr. Guy Kezirian(가이 케지리안)씨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보고 시력교정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고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비앤빛에서는 환자들의 편의성을 위해 병원에서 직접 앱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고, IT통합 전산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SCI급 논문도 연간 5편씩 내는 등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던 상황에서 인공지능 연구가 발표되고 선진국가 의료진들이 자비를 들여 찾아오는 트레이닝 병원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는 지난 7일 아시아 최초로 세계시력교정협회(RSA) 컨퍼런스를 주관해 AI 시스템에 대해 소개했다.사진/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고령화 가속화가 현실로 다가왔다. 안질환 분야에서도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 25년을 수술했고 누적 환자가 약 21만명에 달한다. 과거 시력교정을 했던 환자들이 백내장이 오기 시작하는 시기로 비앤빛에서는 이에 맞춰 ‘백내장 센터’를 새롭게 개원했다. 고령화 사회의 핵심 안질환은 노인성 백내장인데 그동안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치료 가이드라인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으며 추후 활용할 예정이다. 실제 경험에 기인한 데이터인 만큼 향후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만으론 부족하고 국내 대형병원들과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형 종합병원이 아닌 단일 안과병원에서 AI활용을 비롯해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 나아고자 하는 방향성은
 
결국 환자들의 시력이 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막고싶다. 좋은 의사를 만나면 수술이 잘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드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데이터에 의한 진료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 그래서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를 제시하는 '객관적으로 좋은 병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현재 끊임없이 개발 중인 AI기술을 활용해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언제 진료가 끝나는지 등의 세세한 내용까지 안내할 수 있는 환자 친화적인 토털 의료서비스를 구축하고 싶다. 이를 위해선 인공지능 연구원이 핵심이 돼야 하는데, 이미 카이스트와 손잡고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가 심화 단계에 접어들면 AI는 물론 AR 측면에서도 보다 직관적인 설명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리고 싶다. 어느 정도 결실이 맺어진 시기에는 우리 같은 AI구동병원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가에 진출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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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