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5일 방한 중인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양국 간의 긴밀한 대화와 협력은 동북아의 안보를 안정시키고, 또 세계 경제의 불확실한 상황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그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왕 위원을 만나 "시진핑 주석과 오사카 정상회담을 비롯해 양국의 외교,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위급 교류와 소통이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특히 문 대통령은 "이번 달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예정돼 있는 한중일 정상회담 계기에 양국 간의 대화와 협력이 더욱더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 주석에게 각별한 안부를 전해 주기 바란다"며 "지난달 APEC 회의가 연기되는 바람에 만날 수 없게 되어 아쉬웠는데, 곧 만나 뵐 수 있게 될 것으로 고대하고 있다"면서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특별히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에 중국 정부가 아주 긍정적인 역할과 기여를 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지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가 중요한 기로를 맞이하게 있다고 생각한다. 핵 없고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새로운 한반도 시대가 열릴 때까지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왕 위원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은 한국 측의 동료들과 전략적인 소통을 하기 위해서다"며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새로운 공동 인식'을 도출하고 고위급 대화 강화에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현재 국제 정서는 일방주의, 강권정치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중한 양국은 이웃으로서 제때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서 다자주의, 자유무역을 같이 수호하고 기본적인 국제 규칙을 잘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한 간에는 양국 정상의 전략적인 견인 하에 발전하는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 개혁의 전면적 심화와 개방 확대에 따라 중한관계는 더 넓은 발전 공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접견은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최근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이 개선되고 있음을 환영하면서, 특히 문화콘텐츠와 관광 분야의 교류와 협력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한한령' 해제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왕 위원은 "중국 측은 12월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계기 문 대통령님의 방중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한령 해제를 논의해 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내년 국빈 방한을 통한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내실화하기를 기대했고, 우리의 한반도 비핵화·평화 3대 원칙(전쟁불용,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을 설명하며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제안에 대한 중국 측의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이에 왕 위원은 "최근 한반도 정세의 어려움에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적 해결을 위한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건설적 역할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편 왕 위원의 이번 방한은 지난 2015년 10월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리커창 중국 총리를 수행해 서울을 찾은 이후 4년여 만이며, 2016년 사드 갈등 이후 처음이다. 이번 방한으로 그간 양국관계를 경색시킨 사드 갈등이 다소 해소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왕 위원은 문 대통령을 예방하기에 앞서 신라호텔서 한·중 우호 오찬회를 주재했다. 그는 사드와 관련해 "사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서 만든 것"이라면서 "미국이 만든 문제이고,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면서 한·중 관계에 영향을 주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양국은 장족적인 발전을 거두는 동시에 일부 파장도 겪었다"면서 "여기에서 경험과 교훈을 얻고 서로의 핵심 사항을 배려해주면 중·한 관계는 튼튼한 정치적 협력 속에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더 높은 수준의 협력을 실현해야 한다"며 △중국 일대일로와 한국의 신남방·신북방정책 연계성 강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의 조속한 마무리 등을 희망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5일 오후 한중 우호 오찬회가 열린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의 건배제의에 잔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