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바이오 업계는 유독 '실패'가 부각됐다. 연초부터 기대를 모았던 국산 신약 파이프라인들이 다양한 변수 속 연일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년째 높은 기대감과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업계를 향한 시선도 급격히 싸늘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던 산업 경쟁력은 그 본질에 대한 의구심까지 제기되는 등 혹독한 성장통을 치른 한해였다.
다만 앞선 실패들은 분명히 경험도 됐다. 보유 파이프라인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만을 쫓던 국내사들이 더 낮은 자세로 상황을 돌아볼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연구자들이 주축이된 국내 신약 개발 기업들이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필수적이다. 스스로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에 대한 자신감 없이 투심을 끌어모으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만 신약 개발을 위한 길이 오직 자체 개발만 있는 것이 아님을 곱씹어 볼 필요는 있다. 국산 기술이 최근 수년간 눈부신 발전과 함께 빠르게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지만 글로벌 빅파마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현실이다. 영세한 산업 규모 역시 막대한 비용과 예기치 못한 변수가 빗발치는 신약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때문에 최근 새삼 각광받는 것이 기술이전이다. 신약 개발 진행단계에서 기술을 수출하는 기술이전은 기존에도 국내사들이 활용해오던 방법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를 '보유기술을 끝까지 밀어부칠 뚝심이 부족한 행위'로 보는 안일한 시선도 존재했다. 그리고 그 기저엔 신약개발 성공 시 가치를 폭발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한몫했던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아직 주류로 평가받지 못하는 국내 바이오 기술에 기술이전은 중도 포기나 중간단계의 '익절'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단계다. 약물 가치를 입증한 초기 연구를 마친 후 풍부한 경험과 인프라를 보유한 빅팜의 노하우 흡수는 '죽 쒀서 개 주는' 것이 아닌 또 다른 파이프라인 개발의 든든한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무대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매진해 온 업계의 합리적 의심의 깊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숱한 연구를 거듭해 저마다의 확신을 가지고 오늘도 신약 개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땀 흘리는 이들의 노력엔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 노력이 바라지 않을 합리적 욕심 또한 수반돼야 할 때다.
산업 2부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