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LG이노텍이 최대 고객사 애플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애플 의존도로 인해 수익 구조 다변화라는 숙제는 여전히 남았다.
25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올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7177억원, 영업이익 1620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LG이노텍의 올해 총 예상 매출은 8조546억원, 예상 영업이익은 3550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지난해(7조9821억원)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지난 2014년(3140억원) 성과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63.8%을 담당했던 광학솔루션 부문이 이번에도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카메라모듈 등을 생산하는 광학솔루션 부문의 올해 4분기 매출은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애플이 올해 출시한 아이폰11 시리즈에 처음으로 트리플 카메라가 탑재되면서 LG이노텍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은 애플의 최대 카메라모듈 공급사로 알려져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영업이익 120억달러(약 13조9620억원) 가운데 66%인 80억달러(약 9조3080억원)를 벌어들였다.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의 LG이노텍 본사. 사진/LG이노텍
애플이 내년에도 카메라 강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이는 고스란히 LG이노텍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폰아레나'는 내년 애플이 아이폰12 시리즈에 기존 트리플카메라에 더해 비행시간 거리측정 모듈이 추가된 쿼드러플카메라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폰에 장착하는 카메라가 기존 3개에서 4개로 늘어난다면 애플의 카메라모듈 공급사 LG이노텍의 수익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높은 수익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나 애플 실적에 따라 언제든지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점은 LG이노텍에 큰 부담이다. 이미 올해 1분기 실적은 이러한 우려를 고스란히 현실로 보여줬다. 아이폰XS 시리즈 판매 등이 부진하면서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 사업에서만 27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이는 1분기 전체 영업손실 114억원으로 이어졌다.
LG이노텍 직원이 차량용 5G 통신모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은 최근 애플에 치우친 수익 구조를 바꾸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장(전자장비) 부품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3월 취임한 정철동 사장도 "연구개발 혁신으로 고부가가치 신사업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차량용 전장 사업은 LG그룹 전체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LG이노텍은 올해 세계 최초로 차량용 5세대(5G) 통신 모듈을 개발하고 자동차 전문 전시회에 잇따라 참가하며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대비 당장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하다. 전장 부품 영업이익은 올해 1~3분기 모두 적자를 기록했고 4분기에서도 260억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기마다 매출 2000억원을 넘기며 점점 성장하고 있으나 2017년부터 3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이노텍 입장에서 수익 구조 재편을 위해 전장 사업 반등이 절실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LG이노텍 전체 매출에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보다 올해 애플 실적이 더 좋다 보니 이노텍 실적도 덩달아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노텍에서 힘을 쏟고 있는 전장 사업의 경우 현재 매출은 기대대로 올라오고 있으나 영업이익이 제자리걸음이라 다소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 자동차 등이 상용화되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