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권안나 기자] 이름을 알리는 수준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올해, 전자업체간 8K TV·폴더블(접는·Foldable)폰 대전을 벌어질 전망이다. 매년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시스템 반도체와 '공간 가전' 등을 향한 업체들의 머리싸움도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TV 시장에서는 '8K'가 주요 화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20년 8K TV 출하량은 지난해 대비 151% 증가한 32만대가 출시될 전망이다.
8K TV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가 예상되면서, 글로벌 TV 선두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 간의 '8K 신경전'은 더욱 거세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처음 8K TV를 출시한 이후, 시장 점유율을 85%까지 끌어올리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미국 소비자협회(CTA)의 8K UHD 인증을 받은 LG전자도 CES 2020을 기점으로 8K TV를 대거 선보이고, 점유율 확대를 위한 총공세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대형화' 추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IHS마킷은 지난해 12%였던 65형 제품군의 점유율이 내년에는 19%로 올라가고, 70형 이상 초대형 제품의 점유율은 2배가량 증가한 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주요 액정표시장치(LCD) 제조사들의 10.5세대 라인 가동 본격화에 따라 65형에서 75형 패널가 하락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8K TV에 대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력 공방이 시작된 지난해 9월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삼성 QLED 8K TV(위)와 LG OLED TV가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스마트폰 업계의 격변을 가져온 폴더블 시장은 올해 본격적인 발전을 예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0만대 규모에 불과한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은 올해 320만대, 2021년 1080만대, 2020년 2740만대, 2023년 368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대비 8배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올해가 폴더블폰 시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 세로축을 중심으로 책처럼 반으로 접히는 기존 '갤럭시 폴드'를 내놓으며 선전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2월 가로축 중심으로 조개껍데기처럼 위에서 아래로 접히는 새로운 형태의 폴더블폰을 내놓는다. 이에 발맞춰 중국 업체들도 삼성에 도전장을 내민다. 지난해 자국에서만 '메이트X'를 출시했던 중국의 화웨이는 올해 유럽 등지에서도 판매를 이어갈 계획이며 중국 레노버의 자회사 모토토라는 조만간 폴더블폰 '레이저'를 출시한다.
정혜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가 지난해 10월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9'에서 갤럭시 폴드(왼쪽)와 달리 가로로 접히는 새로운 형태의 폴더블폰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도체 업계에서는 매년 주목받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가 올해도 '차세대 먹거리'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부터 메모리 반도체 위주이던 국내 업계의 편중성은 계속 지적받았던 사안이다. 진교영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은 지난해 10월 "메모리 반도체 편중과 반도체산업 소재·부품의 높은 해외 의존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에서 17.8%로 1위 대만의 TSMC(52.7%)에 밀린 2위에 그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를 잡기 위해 먼저 나선다.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추격자 입장이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전장용 반도체·센서·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삼성은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라는 목표와 함께 시스템 반도체 연구에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0.7㎛(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1미터) 픽셀 크기를 구현한 모바일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슬림 GH1'을 출시하는 성과를 냈다. 올해도 긴밀한 연구 과정을 통한 '초격차'로 대만 등이 잡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정조준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장경영에 나선 지난해 8월6일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을 방문해, 사업장 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생활가전에서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 라이프' 구현이 주요 키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CES 2020 현장에서 자사 AI 플랫폼인 '빅스비'와 '씽큐'를 중심으로 한 첨단 기술을 대거 공개할 예정이다. 개별적으로 관리됐던 가전 제품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으고, 집안을 넘어 어디서든 연결된 삶을 제시한다.
아울러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진 '공간 가전' 역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발표한 모듈형 냉장고 '비스포크'의 형태를 다른 제품군으로 확대하고, LG전자는 가구가전 '오브제'나 롤러블 TV 'LG OLED TV 시그니처 R'과 같이 공간과 하나가 되는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LG전자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R'(위)와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 사진/LG전자·삼성전자
김광연·권안나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