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배달 노동자(라이더)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배달의민족(배민)에게 매일 바뀌는 수수료와 일방적인 근무조건 변경 등의 근무조건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라이더유니온은 2일 서울 역삼동 배민 남부스테이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라이더들은 고무줄 수수료와 널뛰듯 달라지는 근무조건, 라이더 간 차별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해 있다"며 "배민은 이런 근무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최근 배민이 일방적으로 1개월짜리 쪼개기 계약을 도입했다"며 "계약 해지를 종료일 하루 전에 통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라이더들의 불안감이 한층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배송 지연으로 주문이 취소되거나 재배송이 요청되는 경우, 라이더가 그 비용은 전적으로 부담하도록 하는 등의 부당한 조항들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배민 라이더들은 사측에서 근무조건과 배달료도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있어 고충이 크다고 토로했다. 배민은 지난달부터 매일 밤 9시에 다음날 배달 수수료를 공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본 배달료 3000원에서 프로모션 금액 500~2000원이 유동적으로 결정되는 구조다. 박 위원장은 "수수료가 어떤 기준으로 책정되는지, 지역별로 다른 이유는 무엇인지 라이더들은 일방적으로 통보 받는 입장"이라며 "렌트비 무료나 프로모션 등의 광고를 통해 라이더들을 모집해 놓고 내용을 바뀌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차별적인 근무조건으로 라이더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강남·서초 지역을 담당하는 한 라이더는 "기존 배민 라이더와 배민커넥터 사이에 배달료가 최대 2배까지 차이난다"며 "잦은 프로모션과 근무조건 변경, 입사일에 따라 배달료나 배차개수 제한, 배차 방식 등이 다르기 때문에 라이더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김봉진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배민이 주말에도 47만건의 배달을 처리한다고 언급했다"며 "현장에서 그 47만건을 처리하고 있는 게 라이더들이다. 배민은 단체교섭 전이라도 불합리한 라이더들의 근무조건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배민 관계자는 "모든 라이더가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라이더 단체와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지하고 성실하게 대화에 임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라이더유니온은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인수를 발표한 지난달 13일 배민 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다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도 배민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상태라, 현재 양 단체는 대표 교섭 노조를 정하기 위해 조율 중이다.
라이더유니온이 2일 서울 역삼동 배달의민족 남부스테이션에서 배달 노동자들의 근무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