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경자년 새해가 밝으면서 기업들은 한 해의 각오를 다지는 시무식으로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장기화된 불황과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전환 등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시무식을 생략하거나 다른 형태로 변형시키는 것이 새로운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계로도 점차 확산되고 있는데, 올해는 중소기업들의 든든한 지원군인 중소벤처기업부도 외부에서 새해 첫 공식 업무를 시작하며 '이색 시무식' 트렌드를 주도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3일 새해 첫 간부회의를 정부대전청사가 아닌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스마트상점 '레귤러식스 라운지엑스'에서 개최했다. 이날의 행사는 여러 방면에서 신선했다는 평가다. 우선은 장관의 신년사를 형식적으로 배포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의 공개된 자리에서 간부회의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는 출범 3년차를 맞은 중기부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신년 정책 구상 발표도 박영선 장관이 아닌 중기부의 최고기술책임자(CTO)격인 차정훈 창업벤처실장이 맡았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레귤러식스 라운지엑스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로봇 바리스타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회의 장소도 의미가 깊다. 이날 회의가 열린 라운지엑스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육월이 운영하는 미래형 레스토랑이다.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주고 무인 로봇이 음식 서빙을 하는 등 올해 중기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스마트 대한민국'에 가장 근접한 형태다. 외부 회의 개최 자체가 중기부의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날 회의에는 중기부 주요 실국장 45여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회의에 앞서 로봇 바리스타와 로봇 서빙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같은 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옛 지수초등학교에서 '혁신성장과 지역상생을 위한 열린 시무식'을 진행했다. 지수초등학교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30여명을 배출해낸 '기업가의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중진공은 지난해 7월 진주 기업가정신 수도 선포 1주년을 기념, 옛 지수초등학교 터에 기업가정신 교육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왼쪽)과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이 지난 3일 경남 진주 지수초등학교에서 열린 시무식 후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사진/중진공 이사장(오른쪽)
이날 시무식에는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과 조규일 진주시장, 진주시 지역주민 등 300여명이 참석해 이곳에 설립될 기업가정신 교육센터를 기념하고 새해를 축원했다. 특히 식수행사에서는 개교 이듬해인 1922년 심어진 '부자 소나무' 옆에 기념식수를 해 기업가정신을 이어받은 기업인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올해 개국 5주년을 맞는 공영쇼핑은 전직원이 떡국을 나누며 신년 각오를 다졌다. 최창희 공영쇼핑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 400여명은 지난 2일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덕담을 건네고 식사를 함께 하며 기존의 시무식을 대체했다. 공영쇼핑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2020 개국 5주년, 흑자 원년의 해'를 이루기 위한 비전 공유 차원에서 기획된 행사"라고 설명했다. 떡국 시무식을 시작으로 열린 대표이사실 운영, 임직원 간담회 등 올해는 구성원간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영쇼핑은 지난 2일 전직원이 함께 떡국을 먹으며 개국 5주년을 맞이하는 각오를 다졌다.
이 밖에 유진그룹은 지난 2일 유경선 회장이 서울 여의도 사옥 로비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악수로 맞이하며 새해 인사를 나눴다. 아울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 2020 나눔 캠페인'에 성금 3억원을 기탁하는 것으로 시무식을 갈음했다.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은 업무 첫날 점심시간에 조영탁 대표와 팀장들이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새해 각오를 공유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