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게임업계가 올해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시장 판로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2017년 이후 묶여있던 중국 판호(서비스 허가권) 문제가 한한령(한류 제한령) 약화 분위기에 힘입어 해결될지 관심거리다. 무분별한 지식재산권(IP) 침해로 인한 피해도 조금씩 개선될 조짐을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 불법IP 게임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들에서 잇따라 승소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판호는 막힌 반면, 중국산 게임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역차별 논란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유망 IP들의 권리가 인정받고 있는 건 긍정적인 신호라는 평가다. 특히 위메이드는 지난 3년간 '미르의 전설2' IP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에만 37게임즈와 란샤, 킹넷 등의 중국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위메이드는 지난달 5일 중국 법원에서 37게임즈의 '전기패업 모바일'이 미르 IP를 침해했다고 제기한 소송에 대해 승소했다고 밝혔다. 전기패업 모바일은 2017년에 출시한 웹게임 '전기패업'의 모바일 버전으로, 37게임즈가 개발하고 텐센트가 퍼블리싱한 게임이다. 중국 내에서 4000만명 이상이 사전 등록하는 등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번 판결로 37게임즈는 전기패업 모바일의 불법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삭제해야 한다. 위메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과 27일에는 각각 액토즈소프트·란샤(샨다게임즈 자회사)와 킹넷을 상대로 제기한 재판에서도 승소했다.
물론 국내 게임사들이 법적 분쟁을 통해 IP 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승소한다 해도 아직 피해 규모만큼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기 힘든 게 현실이다. 위메이드는 중국 시장에서 미르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만 7000여개, 시장 규모는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누적 다운로드 1000만건을 달성한 킹넷의 '왕자전기' 소송을 통해 얻은 배상액은 '경제적 손실' 2500만위안(약 41억원)과 '합리적 비용' 25만위안(약 4100만원)에 불과했다.
위메이드는 수많은 불법IP 게임을 막고 시장을 합법적 테두리 안으로 끌어오기 위한 노력과 함께, 향후 추가적인 소송을 통해 정확한 손해배상액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IP 권리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중국 법원도 불법IP 게임에 대해 제동을 거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며 "갈수록 IP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게임업계 매출에서 중국이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올해 중국 판호가 다시 발급될지도 관심이 모이는 부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지난해 중국과 홍콩·대만 등 중화권 게임 수출 비중은 46.5%로 전년 대비 14.0%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판호 발급이 재개되면 신규 게임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진핑 주석 방한이 상반기 예정되면서 판호 발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정부도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을 돕겠다는 의사가 강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 불법IP 게임에 대한 저작권 침해 소송들에서 잇따라 승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