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핵심 쟁점은 예상했던 대로 '삼권분립 훼손' 여부였다. 현 정부 임기 중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을 지낸 여당 의원이 행정부의 '2인자'인 국무총리로 임명되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삼권분립에 위배되지 않느냐는 것이 논쟁의 핵심 문제였다.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헌법에서 국회가 대통령보다 앞이다. 단순히 의전 관계가 아니라 (국회의장이) 대통령과 맞먹는 위치에서 대통령을 견제하라는 것"이라며 "대통령 바뀐 뒤 총리로 가는 것도 아니고 견제하던 분이 그 밑에 가서 임명장을 받는다는 것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로운보수당 지상욱 의원도 "입법부 수장이셨던 분이 대통령의 '부하'가 된 것에 송구하냐"며 신랄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삼권분립 훼손 논란은) 결국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며 적극 대응했다. 그는 "한번 국회의장이면 영원한 국회의장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의장이라는 건 직책을 맡고 있을 때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된다면 일의 경중과 자리의 높낮이를 따지지 않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 지명을 수락했다"며 "삼권분립은 기능과 역할의 분리일 뿐 인적 분리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 구성원들에겐 송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입법부 구성원에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
정 후보자는 재산 신고 누락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 후보자는 한국당 성일종 의원이 '최근 몇 년 간 지출이 수입보다 많았음에도 정 후보자의 전체 자산이 늘었다'고 지적하며 소득세 탈루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2014년과 2015년에는 자녀 결혼식 축의금이 1억5000만원 정도 들어왔고 2015년부터 본인이 국민연금을 받고 있고 개인연금과 배우자 보훈연금 등 소득 신고 대상이 아닌 연금 등이 4000만원 정도 매년 있어 충분히 소명이 된다"고 답했다.
자녀들의 유학비용과 관련해서도 "딸은 장학금을 받아 학비를 면제받고 생활비까지 장학금으로 조달했고 아들도 직장을 다니는 등 스스로 조성한 자금을 가지고 MBA를 하러 갔고 결혼 이후에는 며느리가 직장을 다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004년 경희대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연구윤리 기준이 지금과 같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 후보자는 '연구윤리 기준이 부족한 점을 인정하느냐'는 한국당 김현아 의원의 지적을 인정하면서도 '논문은 2004년에 통과됐고 연구윤리 기준이 강화된 것은 2007년이다. 제가 학자가 아닌데 학자의 논문과 비교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정치인으로서 조금 더 공부하고 싶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 후보자는 국무총리에 임명되면 △경제 활성화 △공직사회 변화 △진정성 있는 사회통합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활성화와 관련해 문재인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집행'에도 동의했다. 정 후보자는 "민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집행할 필요가 있다.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 내수를 진작하고 수출을 활성화하는 투자가 돼야 한다. 투자 촉진을 위해 (정부가) 가능한 많은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또한 "때에 따라서는 대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집행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총리가 된다면 가감 없이 사실대로 대통령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겠다고 약속한다"고 밝혔다.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해서도 "전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총리로 인준을 받으면 이 시대에 국민이 원하는 경제 활성화와 통합을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할 생각이다. 정말 일 잘하는 총리가 되고 싶다. 경제 총리, 통합 총리라고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총리가 돼야 한다는 결심을 굳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문회 초반에는 자료제출과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한국당을 포함한 야당 의원들은 "역대 최악의 자료 제출 현황"이라며 정 후보자를 비판했다. 한국당 소속 나경원 인사청문회 위원장은 "개인정보 미동의 자료 없음 등의 것들도 포함하면 미제출 자료는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경우 (총리 청문회 당시) 요구 건수 대비 제출 비율은 44.1%였다"며 "한국당이 자료 제출 문제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