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연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대전지역의 한 성폭력상담소의 보조금 횡령과 관련해 공익신고자의 신분을 노출한 대전시 공무원과 해당 상담소장을 비밀유지위반혐의로 고발키로 결정했다. 특히, 공익신고자처럼 여성계로부터 배제, 불이익 등을 받을 수 있다는 부분이 인정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12월 23일 대전시청 공무원 A씨와 대전시의 한 성폭력상담소 소장 B씨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의 비밀유지보장의무 위반 혐의로 사정기관에 고발키로 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해당 성폭력상담소에서 수년 간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C씨는 지난 2018년 2월 B씨가 상근의무를 위반하고 성희롱 예방교육 전문강사로 활동하면서 강사비를 받는 등 겸직과 함께 보조금을 횡령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여성가족부에 신고했었다.
여가부는 이를 대전시에 이첩했고, 이 업무를 담당하던 A씨가 지난 2018년 2월 열린 여성폭력협의회 총회에서 B씨에게 민원내용을 사본을 건넸다. B씨는 이 자료를 자조모임 회장 등에게 보여주고 월례회의를 개최해 C씨가 공익제보를 한 사실을 알렸다.
C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유출 건을 제기했고, 당시 대전시가 A씨를 훈계 조치했다. 그러나 대전지방검찰청은 2018년 8월 A씨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로 종결했었다.
A씨는 권익위에 "사건 신고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B씨가 신고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B씨로부터 사전에 C씨가 민원을 제기할 수 있음을 전해 들어서 이미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B씨도 "상담소의 상근 상담원, 자원활동가, 피해자조모임 회원 등 다수에 대해 고발하는 내용이어서 월례회의를 열어 당사자들에게 신고서를 그대로 보여줄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권익위는 A씨의 주장과 관련해 "신고서를 재구성하거나 내용 요약 등의 방법으로 공익신고자를 유추할 수 없도록 해야 함에도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A씨의 잘못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B에 대해서는 "사건 신고서에는 B씨를 피신고자로 하는 내용이고, 부패행위 신고와 관련되지 않은 부분도 대개 B씨의 언행에 대한 것"이라며 "다른 활동가나 자조모임 회원들은 B씨의 언행이 일어난 일시, 장소, 동석자를 설명하기 위한 참고의 성격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이번 사건에서 공익신고자가 여성계 등 집단에서의 불이익을 받는 것을 극히 우려했다. 권익위는 "C씨의 사례처럼 신고자라는 낙인이 찍혀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치유 활동을 하는 여성계에서 더 이상 관련 활동을 못하거나, 다른 활동가들이 신고를 하는 경우 여성계로부터 배제, 불이익 등을 받을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등 신고자의 활동반경을 제한하고 조직적으로 신고자를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A씨와 B씨가 주장하는 "충분히 신고자를 추정할 수 있다"는 대목과 관련해 "부패방지법은 비밀보장 의무를 면제하고 있지 않다"고 경계하면서 고발을 결정했다.
공익신고자와 함께 성폭력상담소 문제를 제기해왔던 대전시의회 김소연 의원(서구6,미래당)은 "그동안 비일비재하게 민원 제기자와 공익신고자 노출 등이 이어졌던 대전시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판단"이라면서 "앞으로 재발되지 않고 공익신고자들이 어떠한 신상위협 없이 부패행위 고발 등 공익신고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대전시청 전경. 사진/대전시 제공
대전=김종연 기자 kimsto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