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급 인사에 반발하며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보이콧한데 이어 청와대 앞에서 규탄대회를 진행하며 또다시 극단의 정치에 나서고 있다. 협상으로 국가적 문제를 앞서 해결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보수통합을 위해 합리적 보수의 면모를 보이며 중도층 표심 확장에 나서야 하지만 실제 행보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은 새해에도 '의회 밖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장외 정치의 명분은 '추미애 장관의 부당한 검찰 인사'에 대한 반발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9일 검찰 인사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불참했고, 국회 본청 중앙홀 계단에 모여 '법무장관 추미애'라고 적힌 펼침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여야가 새해에 민생법안을 처리하자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먼저 제안했던 한국당이었지만 오히려 자당에서 선제적으로 본회의 보이콧에 나선 것이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문재인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0일에는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의원 30여명이 청와대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장관이 좌파독재의 길을 열고자 검찰 학살 망나니 칼춤을 추고 말았다"며 "명백한 보복인사이자 수사 방해행위"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추 장관의 검찰 인사에 대한 문제 제기를 위해 국정조사를 비롯해 본회의 긴급현안질의를 요구하며 이를 수용해야 의사일정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 차원에서는 검찰 학살 진상 규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한국당의 이같은 반발은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추가 검증하기 위한 검증위원회 구성과 인사청문회 때 내지 않은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정 후보자의 표결 추진에 나설 경우 한국당의 본회의 보이콧이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비례자유한국당' 창당도 한국당의 대표적인 극단 정치의 사례로 꼽힌다. 비례자유한국당 자체가 선거법 개정안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의석수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기 때문에 꼼수 정당을 만들어 이득을 취하려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생겨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비례자유한국당과 관련해 앞순번의 정당 기호를 차지하기 위한 한국당 의원들의 일시적인 당적 이동 등도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국당의 행보는 중도 보수를 지향하는 안철수 전 의원의 합류를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당에서는 보수통합 과정에서 중도층까지 포용할 수 있는 안 전 의원의 합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문제는 안 전 의원이 현재 한국당에 들어올 공간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안 전 의원은 한국당의 극단 정치 행보로 중도보수 공간이 넓어진 점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9일 국회 본관 로텐더홀 계단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찰 간부인사를 규탄하며 '법무장관 추미애'라고 적힌 펼침막을 찢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